아카데미 영화상 사상 최초로 흑인 배우가 남녀 주연상을 석권했다. 또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한 4개 부문상이 '뷰티풀 마인드'에 돌아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5일 열린 제74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마크 포스터 감독의 '몬스터스 볼'에 출연,남편을 사형시킨 교도집행관을 사랑하는 여인 역을 연기한 흑인 할 베리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흑인 여배우가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우주연상도 형사물 '트레이닝 데이'에서 범죄에 가담하는 악질 형사 역으로 변신한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에게 돌아갔다. 워싱턴은 지난 63년 '야생 백합'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시드니 포이티어 이래 두번째 흑인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그린 '뷰티풀 마인드'에는 작품상과 감독상(론 하워드) 여우조연상(제니퍼 코넬리) 각색상(아키바 골즈먼) 등 4개 상이 안겨졌다. 팬터지 문학의 고전을 영화화한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도 촬영상 음악상 시각효과상 분장상 등 4개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었다. 소말리아 내전에 참전한 미군의 실패담을 그린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블랙호크다운'에는 편집상과 음향상 등 2개부문 상이 돌아갔다. 프랑스의 화려한 나이트클럽을 무대로 창녀와 시인의 사랑을 담은 뮤지컬 '물랑루즈'는 의상상과 미술상을 수상했다. 치매로 서서히 죽어가는 여류작가 아이리스를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는 남편 역을 연기한 '아이리스'의 짐 브로드벤트는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영국 상류 및 하류사회의 부조리를 성찰한 미스터리물 '고스포드 파크'에는 각본상이,동화를 현대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슈렉'에는 올해 신설된 장편 애니메이션상이 각각 돌아갔다. 이밖에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 '진주만'은 음향편집상, 보스니아 국경지대 병사들의 비극을 그린 '노 맨즈 랜드'는 외국어영화상을 각각 받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