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계는 올해 지난해의 부진을 씻고 강력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데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나 주요 제품별 호전상황은 엇갈리고 있다. 21일 국제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업계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성장폭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모토로라의 프레드 쉬라팍 반도체 부문 사장은 "반도체 산업이 이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긍정적인 흐름을 감지했다"면서 "올해 매출액이 5~1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세계 반도체 업계 상황이 지난해만큼 나쁘지 않다는 증거들이 충분하다"면서 "다만 그 회복 정도가 얼마만큼 될 것인지가 문제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업계의 회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던 퀵로직의 톰 하트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도 "지난해 4.4분기부터 판매 실적이 개선됐다"면서 "1.4분기 판매액은 7~9%가량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트 사장은 "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이 변했다"고 전제한 뒤 "지정학적으로 보나 부문별로 보나 업계 상황이 완연한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빌 맥클레인 IC인사이트 사장도 "주요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도체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다만 올해 반도체 업계의 전체적인 성장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2.4분기와 하반기 매출은 각각 5%,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도체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해 10월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품목별로 판매 실적 회복 속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세계 반도체업계는 현재 뚜렷하게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주요 제품군들로 나눠 보면 극히 불균등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IC인사이츠는 전체 반도체제품의 지난 1월 매출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4%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9개 주요 반도체제품 범주들 중 5개의 1월 매출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두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품목별 매출은 아날로그 IC가 13%, 마이크로콘트롤러가 14%, 스탠더드셀IC가 15%, 특수목적 프로세서가 22%, 플래시메모리가 11% 줄어 두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고디지털신호처리프로세서(DSP)는 6%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IC인사이츠는 전했다. 특히 프로그래머블로직디바이스(PLD)의 매출은 68%, D램 매출은 89% 폭증했고 마이크로프로세서 매출은 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PLD와 D램 매출의 대폭 증가는 이들의 평균판매가격이 각각 35%, 82% 상승한데 따른 것이라고 IC인사이츠는 설명했다. 또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경우에는 평균판매가격은 20% 상승했지만 출하물량이 15% 감소해 매출 증가율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IC인사이츠는 전했다. IC인사이츠는 "반도체 평균판매가격 변화는 전체적인 반도체업계의 건전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올 1월 반도체 평균판매가격이6% 상승함으로써 반도체시장의 올 하반기 회복에 기초가 놓여졌다고 할 수 있다"고밝혔다.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2번째로 8비트 마이크로콘트롤러를 생산하는 마이크로칩도 "반도체 종류별로 작년 판매 실적 저하 정도가 달랐기 때문에 D램과 플래시 등 반도체 제품별로 올해 실적 회복 정도에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