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다. 오죽하면 "자식은 애물단지","자식은 전생의 빚쟁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부모는 숙명적으로 자식에게 끊임없이 베풀어야 하고,그래서 자식을 많이 둔 부모의 삶은 고달플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분위기다.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자식 안 낳고 사는 맞벌이 부부)다 보보스(Bobos.보헤미안+부르주아)다 하며,가족이든 누구든 남을 위해 희생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고 즐기며 사는 것이 최고의 삶으로 인식되는 시대.하지만 이 속에도 4~5명,심지어 7~8명씩 자식을 낳아가며 "구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사람으로선 "악"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많은 자식을 둔 이들의 생활은 어떨까. 황경숙 이해숙 이유미씨등 각각 4명과 7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눴다. *넉달후엔 여덟째가... 우리 집은 애들이 일곱이나 되다보니 식구들끼리 나들이 할 때마다 빠진 아이가 없나 챙기는게 일이예요. 영화 "나홀로 집에"에서 처럼 애 한명이 차에 타지않은 줄 모르고 출발했다가 되돌아 온 적이 몇번 있었거든요. 그 뒤로는 애들 아빠가 군대식으로 "하나 둘 셋...일곱"하고 번호를 붙이게 합니다. 90년대 후반의 TV드라마 "육남매"나 요즘 방영되는 "선물"이 꼭 우리집 얘기 같아요. 가끔 아이들과 함께 시장에 나가면 아주머니들이 "나도 몇남매 중 몇째인데..." "옛날 생각 난다"며 빵이나 만두를 덤으로 듬뿍 얹어주시기도 해요. 아이들 옷과 신발은 주변에서 받아온 게 절반은 돼죠. 우리집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때마다 짐 묶는 끈을 준비했어요. 절반은 아빠,절반은 엄마와 연결하는 식이었죠.남들 캠코더에 촬영되는 일도 여러번 있었어요. 우리가 이사 가는 곳마다 동네에 아이가 늘어나요. 막연하게 "셋째"를 생각하던 집들이 우리를 보고 용기를 얻어 결심했다는 거예요. 실제로 저희 부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 많이 갖기"에 대한 상담도 많이 해줬어요. 결혼 전부터 남편이 "능력만 되면 다섯은 낳아야지"하고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나도 비슷했구요. 하지만 남편이 6남매(3남3녀) 중 막내여서 특별히 "많이 낳으라"는 압력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남편 형제들은 아이가 셋씩이죠. 저나 남편이나 "자식은 신이 내린 가장 귀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가정이 행복해 지려면 애들이 많아야 하고 건강이 허락하면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죠.오는 7월에 여덟째 아기를 낳아요. 다음엔 조심 해야겠지만 만일 또 생긴다면 낳아야죠.많이 낳는게 집안 내력은 아니에요. 남편 형제들은 모두 자녀를 둘씩 뒀죠. 남편이 종가집 장손이에요. 시아버님이 2대 독자시구요. 처음엔 둘 정도면 좋겠다 싶었지만 손이 귀한 집안이라 결국 여럿을 낳게 됐어요. *"허서방 이러다 딸 잡겠네" 이사해서 처음 반상회에 나가면 이웃 엄마들이 꼭 물어오는 게 있어요. "첫 애는 몇살에 낳았냐" "결혼은 몇년에 했느냐" 나이에 비해 애가 많으니까 이상하다는 거예요.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혹시 "둘째 부인"이 아닌지 궁금하다는 겁니다. 더러는 애 아빠를 의심하거나 "데려와 키우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사람도 있어요. 네째를 낳아 출생신고를 하니까 동사무소 직원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어요. (서류를 보니까) "자녀가 넷인데 직접 낳으셨냐"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그럼 빨리 (수술하러) 오라"는 겁니다. 아이를 낳았을 때 그렇게 좋아하시던 부모님들도 나중에는 걱정이 됐나봐요. 특히 친정 어머니는 "이러다 딸 죽이겠다"며 사위보고 제발 그만하라는 거예요. 다섯 넘으니까 아예 그런 말씀도 하지않으시더군요. 큰 아이 학교에 가면 엄마들이 다들 내 또래지만 막내아이 엄마들 중엔 내가 가장 나이 많은 축에 속해요. 막내를 생각하면 "젊어져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운동도 하려고 하죠. 부자라서 아이를 많이 낳은 건 아녜요. 지금은 남편이 변리사로 일하지만 애가 넷일 때까지는 공무원이었어요. 그때는 23평 연립주택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이 넷을 키우며 살았습니다. 지금은 형편이 조금 나아져서 35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그래도 한 방에 세명씩 잡니다. 이사할 때 남들이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원칙이 있죠.아이들이 눈치 안보고 뛰어놀 수 있도록 마당있는 집 또는 1층에 사는 거예요. 애들이 많다보니까 먹기도 엄청 먹어요. 한 달에 20kg 짜리 쌀 4포대가 뚝딱이에요. 잡곡은 따로 들죠.치킨을 시켜먹으려 해도 한번에 3마리는 주문해야합니다. 식비 공과금 학비 등을 합하면 한달 생활비가 4백만원은 들어요. 차도 일반 승용차론 모자라서 9인승 차(카니발)를 샀죠. 애가 네명인 우리도 한달에 쌀이 최소 30kg은 들어갑니다. 학교급식으로 해결하는 점심은 별도구요. 아이가 둘 일땐 시리얼을 한통 사면 일주일간 먹었는데 이젠 이틀이면 다 비어요. 생활비는 교육비까지 합하면 3백만원은 들죠.아직 자동차는 티코예요. 아이들이 어려서 아직은 식구들이 "끼여서" 타는데 애들이 크면 저 집처럼 7인승 차를 장만해야할 것 같아요. 아이들 중에 학과 공부를 위해 학원에 다닌 건 첫째 딸이 유일해요. 중3때 1년간 학원에 다녀보곤 "나 안할래요"하더군요. "우리반 일등도 꼴찌도 다 학원 다녀요. 학원 다닌다고 성적 오르는 건 아니더라"면서요. 지금 아이들은 다 문제지나 학습지로 자습해요. 아이 중에 잘하는 아이는 반에서 7~8등,떨어지는 아이는 14등 정도 해요. 내가 예전에 학습지 교사로 일한 적이 있어 웬만한 건 직접 가르치려고 해요. 하지만 영어나 스포츠 등 특기 교육은 어쩔 수 없이 외부 학원에 맡기죠.아이들 성적은 모두 상위권이에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첫 딸은 컴퓨터를 좋아해 컴퓨터학원에 다녀요. 자격증을 딸 계획이라나요. 아이들 교육은 엄격히하는 편입니다. 방 청소는 꼭 아이들에게 직접 시키고 손님이 오면 방에서 공부하고 있어도 불러내 인사시키죠.아들을 포함해 모든 아이들에게 식탁닦기,반찬.숟가락 놓기,상치우기,설겆이를 돌아가며 하도록 해요. 밥 먹을 시간을 정해놓고 그 때를 넘기면 안 차려주죠.엄마 혼자 "내가 다 하지"라고 생각하면 집안 일을 다 해낼 수 없어요. 집안 일도 회사 경영하듯 해야해요. 딸 둘일 땐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었는데 넷이 되고부터는 "놔 먹인다"는 식으로 키워요. 자유롭게 놔두면 제 타고난 대로 자랄 거라 기대하면서요. 하나 정한 원칙은 딸일수록 강하게 키운다는 거죠.지금 딸 둘을 다 태권도학원에 보내요. 글=조정애 고성연 기자 jcho@hankyung.com .............................................................. 이유미(42.서울시 양천구 목동):남편 허정훈씨(46)와 7남매.첫째는 17세(고등학교 2학년) 막내는 5세,모두 3남 4녀다. 오는 7월에 여덟째 아기를 낳을 예정. 황경숙(39.서울시 강남구 대치동):남편 홍찬선씨(40)와 사이에 2남2녀.첫째는 13세(초등학교 6학년) 막내는 4세. 이해숙(37.서울시 중랑구 상봉동):남편 심명수씨(37)와 사이에 1남3녀.첫째는 18살(고등학교 3학년) 막내는 4세.맏이와 둘짜사이의 터울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