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세계일류 기업-유통산업] 할인점 : 급성장 비결 세계가 배운다

고속 성장하는 한국 유통산업의 중심에는 할인점이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유통산업의 역사는 할인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삼성경제연구소 정연승 연구원)

신세계 이마트, 롯데 마그넷, 홈플러스 등은 월마트 까르푸와 같은 다국적 거대 할인점들과의 한판승부에서 확실한 우세승을 거뒀다.

다국적 할인점들이 이대로 물러서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선 토종 할인점에 역부족이다.

선두자자인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하루평균 40만명이 매장을 찾았다.

올해에는 연인원이 2억1천54만명에 달한 전망이다.

국민 한사람이 일년에 5번 정도 이마트에서 물건을 살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롯데 마그넷도 뒤늦게 할인점업에 뛰어들었지만 과감한 출점전략과 '롯데'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지난해 까르푸를 3위로 밀어내고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마그넷은 올해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선두 이마트에 대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국적 소매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할인점업계에는 요즈음 한수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한국유통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에서 조차 우리의 할인점을 배우러 온다.

지난달 21일에는 우리나라의 재정경제부에 해당하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유통경제연구소와 아시히그룹의 유통연구소가 공동으로 신세계 이마트를 방문해 할인점 경영의 노하우를 배워갔다.

이마트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핀란드 프랑스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견학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또 홈플러스를 급성장시킨 삼성테스코의 이승한 사장은 지난 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2회 국제유통세미나에서 '삼성테스코의 성공스토리'를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가 자본참여했지만 경영진을 비롯한 직원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며 우리의 유통경험을 역수출하고 있는 한국형 할인점이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에도 잇따라 한국 할인점의 성공스토리를 전세계로 타전하고 있다.

얼마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세계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가 유독 한국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하고 그 이유로 토종할인점인 신세계 이마트의 급부상을 꼽았다.

일본의 닛케이비즈니스 상업계 등 전문잡지들에도 이마트 관련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달 11일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구름떼처럼 몰려든 고객사진과 함께 대문짝만한 기사를 보도해 테스코 본사를 놀라게 했다.

토종할인점들이 다국적기업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인의 소비행태와 의식에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한발 빠르게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국적 할인점들은 자신들의 기준만을 강요하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이마트의 성공배경을 좋은 입지선점 MD 차별화 고객지향마케팅 선진정보시스템 건축표준화 등 5가지로 꼽았다.

한마디로 '우리실정에 맞는 한국형 할인점 모델을 찾아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국내시장을 평정한 할인점업계는 해외진출을 준비중이다.

지난 97년 중국 상하이에 2천4백평규모의 매장을 낸 이마트는 올해부터 중국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세계의 선진유통업체들이 총출동한 상하이에서 '易買得(이마이더, 이마트의 중국식표현)'라는 간판으로 한판 붙어 보겠다는 것.

롯데 마그넷과 농심가의 메가마켓도 중국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