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등 1백20여종의 음료를 생산 판매하는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지난 97년 코카콜라사가 두산음료 우성 호남 범양 등 개별 공급 업체들을 인수 통합하면서 설립됐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회사 출범과 함께 조직 및 시스템을 통합하고 제품 생산에서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98년 중반부터 시작돼 20개월이상 진행된 "공급망 혁신 프로젝트"가 바로 그 것이다. 2천여대의 트럭이 3개 공장과 29개 세일즈센터,15만여 고객(수퍼마켓 편의점 할인점 등)을 오고가며 제품을 배송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파악해 개선하는 게 혁신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무엇이 문제였나=당시 코카콜라는 붉은 색의 코카콜라 트럭에 세일즈담당 직원과 배송직원이 한 팀을 이뤄 순회하면서 판매와 배송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비용과 고객만족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싣고 갔다가 다시 창고로 제품을 되가져와 운송 비용이 증가했는가 하면 반대로 절품이 발생해 고객들의 원성을 사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모두가 고객의 수요를 과학적으로 예측해주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고객의 과거 주문 내역을 토대로 수요를 예상하다보니 예측이 빗나가는 일이 잦았다. 다시말해 고객은 환타 20박스를 원하는데 트럭엔 15박스밖에 없거나 필요 이상으로 적재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벌어졌다는 얘기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이같은 전통적인 판매방식이 안고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수요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판매와 배송의 분리=먼저 세일즈와 배송 조직을 분리해 업무를 전문화시켰다. 이를 통해 고객의 수요를 보다 정확히 파악,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배송직원과 한팀을 이뤘던 세일즈직원은 프리셀러(Pre-seller)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업무용 밴을 타고 독립적으로 고객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과거 주문량에 의해 예측됐던 대략적인 수요가 이들을 통해 정확한 정보로 거듭났다. 프리셀러들은 고객들의 주문 내용을 모바일 단말기(Hand-Held PC)에 입력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영업관리시스템(Basis)"에 다시 정보를 넣었다. 영업관리시스템에 입력된 고객의 주문정보는 다음날 각 창고의 단말기 화면에 뜨고 창고에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양만큼 제품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시장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조직의 체질을 바꿔 정확한 생산 및 물류계획을 세우고 고객 만족도를 높인 셈이다. "로드쇼(Roadshow)"로 최적의 배송계획 수립=프리셀러들이 고객의 주문을 입력하면 남은 일은 창고에서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일.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최적의 루트를 제공해 주는 "로드쇼"라는 시스템을 개발,배송방식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로드쇼는 전국 15만여개에 달하는 고객들의 위치 정보는 물론 도로와 물류정보,코카콜라 트럭의 속도와 크기를 감안해 최적의 배송루트를 찾아내는 시스템. 예를 들어 하루에 20곳의 점포를 거쳐야 할 트럭 배송직원은 가장 효율적인 순서와 도로 정보를 날마다 로드쇼를 통해 받게 된다. 로드쇼에 의해 최적의 루트가 정해지면 Basis(영업물류시스템)에서 나온 선적정보에 기초해 트럭에 물건을 싣는 과정을 거친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로드쇼와 함께 3년여의 정보수집을 거쳐 "MapInfo"라는 시스템을 개발,자사 및 경쟁사의 정보까지 전자지도 위에 구축해 놓았다. 전국의 50만개의 소매점 가운데 49만여 곳의 정보가 포함된 사실상 국내 리테일 정보 시스템인 셈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