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국내외 경기회복 기대감이 약해지며 3개월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팬 의장의 경기회복 낙관론이 '소심한 수준'에 그치고 진념 부총리도 신중론을 피력, 그동안 채권 시장을 누르고 있던 경기의 '조기회복론'이 뒷걸음질했다. 2월중 소비자물가도 안정된 수준을 유지, 채권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 그러나 통화당국에서 금리 급락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구두개입이 나오는 등 낙폭과대 의견이 제기, 금리가 더 하락하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14%포인트 하락한 5.71%를 기록, 지난해 12월 3일 5.61% 이후 최저치로 마감했다. 미국 금리 하락 속에서 5.77%로 갭다운 출발한 뒤 오후 들어 5.67%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5년 만기 수익률은 6.46%로 전날보다 0.16%포인트 내렸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급락했다. AA- 등급 및 BBB- 등급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각각 0.13%포인트, 0.12%포인트 하락해 6.68%, 10.87%를 가리켰다. 국채 선물 3월물은 전날보다 0.51포인트 오른 105.37로 마감, 지난 1월 11일 0.53포인트 오른 이후 한달 보름 동안 가장 급하게 치솟았다. 선물 3월물은 105선을 돌파하며 거래를 시작한 후 오름폭을 꾸준히 키웠다가 오후들어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장 막판 한 투신사의 매수세가 쏟아져 결국 반빅(half-big) 이상 상승했다. 이날 은행이 국채선물을 2,776계약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2,121계약, 개인은 825계약 순매수했다. 투신사는 465계약 매수 우위를 보였다. ◆ 국내외 경기 기대감 주춤 = 이날 시장은 '경기 회복에 아직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는 국내외 최고 경제·금융정책 당국자의 발언에 기대며 움직였다. 미국 그린스팬 의장은 27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의 경기 침체가 곧 끝날 것이지만 회복 속도는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FRB)는 "2차 대전 이후 경기 침체에서 회복세로 접어든 해에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평균 7%에 달했으나 올해 성장률은 2.5∼3%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신규 주택 판매가 1월 들어 전달보다 14.8%나 감소한 것도 경기 회복이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그린스팬 의장의 긍정적인 발언 예상에 기대 이틀 동안 상승했던 재무부 채권 금리도 반락했다. 30년 만기물 수익률은 0.05%포인트, 10년짜리 수익률은 0.09%포인트 각각 급락했다. 국내에서는 이날 진념 부총리가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산업생산과 소비자물가 등 경제지표가 상당히 고무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투자와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다"며 경기 전망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진념 부총리는 "일본 경제 침체, 대 테러전쟁 확산 등 불확실한 대외 요인이 많다"며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저 등 변수가 많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2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5% 상승했으나 계절적인 요인이 많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0.6%보다 상승률이 다소 완화됐고, 특히 1∼2월 두달간 상승률은 전년대비 1.1%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의 1.6%보다 크게 낮았다. ◆ 한은 통화 흡수 가능성 주시 =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내외 경기회복 속도가 완만하다고 하더라도 이날 하락폭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국고채 3년물은 2월들어 27일까지 0.18%포인트 하락했고, 이날 하루 동안 장중 한때 0.18%포인트까지 급락했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유승곤 애널리스트는 "통화 당국은 금리의 급등을 바라지 않는 만큼 금리 급락도 바라지 않는다"며 "저금리 통화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은행의 박재환 금융시장국장은 "시장의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전형적인 냄비장세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하루에 채권 수익률이 0.10%포인트 이상 급변하는 것은 시장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2월중에만 2조2,000억원 규모의 통안채를 순상환하는 등 시중유동성을 확대,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금리반등을 막아왔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우려처럼 금리가 앞으로 현수준보다 더 떨어진다면 통화를 흡수, 금리 급락세를 억제하는 쪽으로 시장조작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대투의 유승곤 애널리스트는 "기술적 분석상 과매수 상태고 경기 회복국면이어서 더 내려가기는 부담스럽다"며 "다음주에는 3년물 국고채 금리는 5.60∼6.00%의 넓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이기석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