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딛고 다시 찾은 채규철 교장 삶 책으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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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잠든 아버지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이렇게 흉측했었나.
아버지의 눈 코 입이 이렇게 흉하게 생겼었나"
'ET할아버지'로 잘 알려진 두밀리자연학교 채규철 교장(65)의 아들 채진석 교수(인천대 컴퓨터공학과)는 난생 처음 아버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회고한다.
농촌운동을 하다 덴마크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던 지난 6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얼굴을 비롯한 온 몸이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죽을 고비를 몇차례 넘기며 치른 27차례의 수술로도 그의 몸은 정상을 되찾지 못했다.
'이티(이미 타버린 사람)'라고 스스로 별명지은 대로 그의 얼굴은 외계인같고,유령같고,귀신같다.
세상 사람들의 야유와 손가락질,다방에 들어서면 동전을 던져주며 등을 떠미는 종업원의 비명소리….세상의 멸시와 천대를 술로 달랬던 나날들.젊은 엘리트 운동가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그러나 채 교장은 다시 삶을 되찾았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무슨 얼어죽을 하나님이냐"고 절규하던 그에게 아내는 구약성경 욥기를 거듭 읽어 주었다.
전 재산은 물론 사랑하는 자식들까지 다 잃으면서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던 욥의 맹세처럼 죽을 때까지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는 욥이 되기로 했던 것.
채 교장은 늘 '감사하다'고 한다.
형체는 온전하지 않지만 한쪽 눈이 살아있고,오그라든 손이나마 수저를 들 수 있으며 귀가 다 녹아버렸어도 안경은 걸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감사와 순종이 그가 새로운 삶을 되찾은 원동력이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삶은 보다 낮은 곳,낮은 사람들 속에서 꽃을 피웠다.
민간의료보험의 효시인 청십자 의료보험조합,간질환자의 재활을 위한 장미회,소외된 이를 위한 한벗회,아동교육의 대안학교로 자리 잡은 두밀리자연학교….
이런 채 교장의 삶이 '아버지의 얼굴'(이기환 지음,한걸음,9천원)이라는 평전으로 묶여 나왔다.
농촌운동가의 꿈을 키웠던 성장기의 소망과 사랑,시련을 딛고 새 삶을 찾는 과정과 이웃의 도움,섬김의 삶 등이 촘촘히 담겨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