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이용경 사장은 부하 직원 앞에서 큰소리 치거나 화내는 법이 없다. 마음씨가 무척 좋아보이는 외모에 차분한 목소리로 직원들을 상대하며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남의 말을 경청한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사람만은 아니다. 오히려 임원들은 사장을 상당히 두려워한다. KTF의 한 임원은 이 사장의 스타일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이 사장은 임원이 한 번 잘못했더라도 두 번의 기회를 더 줍니다. 그러나 역시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대기발령을 냅니다. 이미 5∼6명의 임원이 대기발령을 받았거나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입니다. 사실 면전에서 큰소리로 나무라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무섭습니다" 그의 이런 스타일은 '공기업의 자회사'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KTF를 민간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히려 일부 분야에서는 공기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전국에 '공짜' 및 '복고'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Na' 브랜드나 우리나라 처음으로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 종합 패키지 상품 '드라마'를 히트시키는 등 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란 약점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그 결과 후발사업자였던 KTF는 가입자 9백61만명에 32.9%의 시장점유율을 갖게 돼 이동통신업계에서 SK텔레콤에 이은 확고한 2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는 인원을 늘리려 해도 기획예산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수많은 제약을 뚫고 이룩한 결과여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장은 경영자로서 '합리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공격적인 경영자라고 평가하는 것 같은데 구멍 뚫린 공격성은 오히려 문제만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성이에요. 회사 경영에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을 다 생각해보고 여러 견해를 수렴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 뒤라야 공격성이 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는 합리적 판단을 위해 직원들의 말을 많이 듣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아랫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합니다. 조직 전체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아져야 조직이 활성화됩니다. 저희 회사 내부 인트라넷에 무기명 기고란이 있습니다. 이곳을 통해 활발한 토론과 정책건의가 이어집니다. 사장 비서실 내의 현장경영팀이 항상 이 내용을 점검하고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도 현장을 방문할 때는 직원들과 반드시 대화의 시간을 갖습니다. 또 지역에 출장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지역 사무실 주소록을 들고 가서 전화통화라도 해봅니다" 이처럼 유연한 스타일의 경영자인 것 같지만 문제점을 고치거나 새로운 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매섭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선인터넷 품질 개선. 한때 KTF의 무선인터넷 매직엔의 품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장은 수차례 임원들에게 이를 시정하라고 지시했지만 여러 부서가 관련돼 있었기 때문에 자기 일이라는 생각이 약했고 임원들끼리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했다. 결국 이 사장은 관련 임원 5∼6명을 불러 모았고 일단 사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임원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 사장은 끝내 현장에서 담당 임원들의 사표를 받아 책상 서랍에 보관했다. 그리고 한 임원에게 전권을 위임, 품질개선 작업을 총괄토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품질개선에 뒤이은 마케팅 성공으로 가입자 수와 품질 만족도면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매직엔은 능률협회가 실시한 네티즌 및 전문가 대상의 조사에서 최고의 유.무선 포털서비스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시가 총액 8조원대의 최대규모 합병이었던 016, 018간의 '합병 후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김 사장의 '합리적 공격경영'은 성과를 냈다. "합병과정도 어렵지만 합병 후 통합작업은 더욱 힘이 듭니다. 직원들의 정서적 문화적 결합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합병 후유증이 10년을 간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그냥 직원을 한 사무실에 묶어놓은 것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말 한마디라도 주의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히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할 일, 해서는 안될 일(To do, Not to do)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적인 자리에서라도 '016, 018 직원들은…'이란 말을 아예 꺼내지 못하게 했다. '예전에 내 연봉은…''016, 018은 안그랬는데…' 식의 말도 금지시켰고 끼리끼리 회식자리도 갖지 못하게 했다. 대신 서로의 장점을 칭찬해 주도록 했다. 해서는 안될 말을 했을 때는 부서 직원들끼리 자율적으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KTF는 올들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통화품질 문제를 해결한 만큼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무선인터넷 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 동기식 3세대 서비스인 'cdma2000 1x EV DO'를 먼저 상용화했다고 치고 나왔지만 사실상 저희가 지난해 12월 시범서비스를 선보인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아직 제대로 서비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용화를 먼저 선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보다 완벽한 서비스를 구현해 월드컵에 맞춰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파괴력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입니다. 또 월드컵 때는 세계 최초로 비동기식 3세대 영상통신 서비스를 시연해 전세계에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선보이겠습니다" KTF는 향후 5년 내 가입자와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위의 이동통신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를 위해 고객만족도와 브랜드파워 향상, 차세대 멀티미디어 서비스 강화 등을 구체적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올해는 월드컵 공식 이동통신업체로 지정됐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 < 약력 > 1943년 경기도 안양 출생 경기고(60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64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전자공학 박사(75년) 75~77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조교수 77~91년 미국 AT&T벨연구소 등 연구원 91~96년 한국통신 연구개발원 책임연구원, 연구개발원장, 무선통신개발단장 96~2000년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장 전무이사 2000년3월~현재 KTF(구 한국통신프리텔)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