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조연씨(45·중부대 교수)의 에세이 '베란다에서 비누방울 날리는 남자'(월간에세이)를 읽다보면 한낮의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편안함의 가운데에는 혼자 사는 남자의 느긋함과 비누방울처럼 맑은 심성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그는 먼지 많은 세속도시의 가장자리에서 '소나기가 오면 아무렇게나 물길이 생기던 골목길에서 언제나 선장이었던' 그 시절의 종이배와 검정고무신을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나 되돌아가고자 했던 어릴 적 추억 속에 오늘의 막막함을 헤쳐나갈 수 있는 보물지도 같은 것이라도 숨겨져 있다면 한번 찾아봄직한 일'이라고 되뇌인다. '거기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며 가난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표제작은 세 편의 연작으로 이뤄져 있다. 문장 속에는 '그'와 '나'가 번갈아 나오고 서로 독백처럼 말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 둘은 곧 하나다. 그들은 '눈이 온 새벽,아무 자국도 없는 눈길에 비질을 하며 아침을 열어주는 이는 누구보다 마음이 깨끗할 것'이라고 하거나 '마음이 크는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터키 대지진의 두려움 속에서도 담담하게 '해바라기 씨앗을 건네주며 수줍게 웃어보이던 열살배기 소녀'를 떠올리는 모습.알퐁스 도데의 '별'을 찾아 남프랑스의 아를로 밤기차를 타고 떠나던 순간을 기억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글은 더없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