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삼성플라자 주변에서 갈비전문점인 '등나무집' 을 운영하는 정장헌 사장.그는 요즘 틈만 나면 식당 내부를 청소한다. 멀리서도 가게가 잘 보이도록 간판을 수시로 닦는다. 정 사장이 바빠진 것은 식당 바로 옆 삼성플라자에 삼성물산 본사가 서울에서 이전해 왔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삼성물산을 찾는 손님들이 많은 만큼 우리 식당의 매출이 늘어나고 권리금도 오를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 5일 삼성물산이 분당으로 이주한 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삼성물산 환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플라자와 가까운 시네프라자상가 입주 업소들은 물론 주변 1㎞ 내 10여개 업소들도 이전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삼성물산의 분당 입주는 가까운 시범단지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가에 당장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물산맨 2천2백여명 중 일부가 이미 분당으로 이사오는등 '삼성 특수' 때문이다. 서현역 인근 한라부동산의 김명환씨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물산이 입주하면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발동했다"며 "수도권 아파트의 전반적인 가격 오름세에 더해 이 지역 아파트값도 3천만∼4천만원씩 추가로 올랐다"고 귀띔했다. 시범단지 내 32평형의 경우 전세가가 1억7천만∼1억9천만원,매매가는 2억6천만∼3억원선에 형성돼 있다. 성남시도 주민세와 사업소득세 등을 포함해 모두 25억∼30억원 가량의 세수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탈(脫) 서울' 결정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당초 삼성물산은 분당 삼성플라자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이주를 결심했다. 광화문 태평로 빌딩과 테헤란로 큰길타워에서 '두 집 살림'을 하던 상사와 건설부문이 한집살이를 하게 되면서 사무실 임차비용과 청소비,경비용역비 등 관리비에서만 연간 1백억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삼성측은 절감된 비용을 모바일 오피스 시설투자 등에 활용키로 했다. 삼성물산 오홍진 홍보담당 상무는 "국내외 정보 및 네트워크 공유로 상사와 건설부문간 일체감이 높아졌다"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신도시 이사 수익'이 생긴 셈"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분당 이전에 대한 삼성물산맨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서울 상계동에서 분당으로 전세집을 옮긴 인사팀 김성룡 대리는 "출·퇴근길에 교통 체증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고 퇴근 후에는 한 걸음에 집으로 달려가 '한나절'을 가족들과 보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삼성물산의 분당 이전은 분당 신도시의 숙원인 '자족도시' 구축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3월 중 삼성SDS 본사가 오리역 인근으로 이전해 오면 기존 포스데이타 온세통신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과 더불어 이 일대는 본격적인 '비즈니스 타운'이 된다. 서울대 안건혁 교수(도시설계)는 "삼성물산 분당 이전은 자립형 신도시 건설에 바람직한 모델"이라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일산 등 다른 신도시에 대해서도 자립형 기반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교수는 "일산 신도시의 경우 통일과 외교,안보시설 부지를 대기업 이전 부지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