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최근 시장을 조정으로 몰았던 뒤숭숭한 해외 여건이 완화됐다. 또 하이닉스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증시가 하방경직성을 확인한 데다 강한 탄력으로 전고점을 돌파함에 따라 시장관심은 종합지수 800선 정복 여부에 쏠려 있다. 지난달 말 780을 고점으로 찍고 맥없이 흘러내렸을 때에 비해 여건은 나아졌다. 뉴욕 증시가 안정을 찾고 있고 뚜렷한 주도주와 매수주체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당분간 삼성전자와 함께 움직이며 800선 안착을 꾀할 전망이다. 지수 흐름은 삼성전자로 가늠하면서 추세가 살아있는 금융주와 중가권 우량주에 대한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 삼성전자에 주목 = 설 연휴를 마친 종합지수가 이달 들어 벌어진 낙폭을 모두 만회한 뒤 연중 고점을 치켜올렸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사상 두 번째 족적을 남기며 8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폭등의 중심에 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금요일보다 3만4,000원, 10.59% 급등한 3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 2000년 7월 19일 36만원을 기록한 이래 18개월여중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반도체 산업 재편에 따른 D램 가격 상승으로 실적 개선 추세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반면 상승 모멘텀을 제공한 하이닉스는 장 초반 강세를 지키지 못하고 6% 가량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메모리사업부 매각 이후 기존 사업의 경쟁력 약화와 그에 따른 가치 희석 우려가 불거졌다. 삼성전자가 실적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D램 산업이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뉴욕증시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상승 탄력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가격이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종합지수는 D램 가격이 절정에 이른 지난 2000년 7월 중순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지만 종합지수와 삼성전자 추이가 동행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주가 수준은 실적 개선을 상당 부분 앞당겨 반영했다는 판단이다. 또 이날 장 후반 동시호가에서 지수가 급변하면서 현선물간 격차인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 폭을 크게 확대하며 마이너스 1.74로 마감했고 옵션만기일임에도 프로그램 매물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지수관련 대형주 움직임을 제한할 것이다. 삼성전자 추이에 주목하되 지수관련주에 연연하지 말고 추세가 살아있는 은행주나 소재관련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월드컵수혜주나 유통주 등 소테마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 수급 개선, 편식이 문제 = 증시는 모멘텀, 수급, 주도주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폭등했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며 상승 에너지를 제공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주도주로 떠오르며 10% 이상 급등했다. 수급상으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우위를 보이며 개인의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과 옵션만기 물량을 걷어냈다. 외국인은 장 후반 동시호가 직전까지 올 들어 최대규모의 매수우위를 나타내며 강세를 주도했다. 외국인은 동시호가에서 차익실현에 나서기는 했으나 지난달 25일 이후 최대인 2,75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줄곧 관망세를 유지하던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로 돌아온 것. 기관도 프로그램 매수세를 안고 2,008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지원했다. 기관 매수세는 그러나 장 후반 급격한 프로그램 매수 유입에 따른 것이어서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관심은 외국인이 매수세를 재개했느냐 여부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냐에 쏠려 있다. 이같은 대규모 매수는 설 연휴 기간 뉴욕증시 상승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폭발적인 매수세로 레벨업을 주도하기보다는 추이를 관망하면 뉴욕증시 동향과 연동된 패턴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은 대규모 매수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는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해외증시는 안정을 찾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뉴욕증시는 엔론의 파장을 어느 정도 반영한 뒤 기술적으로 반등했다. 도쿄증시는 정부가 종합적인 디플레이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로 닷새 연속 강세를 이었다. 목요일 뉴욕증시는 수요일 장 마감 후 휴렛팩커드가 내놓은 긍정적인 실적 전망과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 추이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관심이다. 이밖에 뉴욕에서는 지난해 12월 기업재고 동향과 1월 수출입 물가 동향,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 수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장 종료 후에는 세계 1위 PC업체 델과 제약업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실적을 공개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