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 경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엔론에서 촉발된 분식 회계 파장은 무마되기는 커녕 새로운 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발 위기설도 만만치 않다. 미국 매파는 '악의 축' 발언 이후 공공연하게 전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일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는 설 연휴를 맞아 사흘 간의 휴식기간을 갖는다. 국내증시가 휴장하는 기간에도 뉴욕 등 해외증시는 정상적으로 개장한다. 주변 상황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방향을 잡을 공산이 크다. 다음주 목요일 열리는 증시는 이러한 변화를 응축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본격적으로 조정 국면에 돌입한 금요일 증시가 제공할 포트폴리오 재편이나 주식비중 재고의 기회가 중요한 이유다. 2월 증시의 화두로 던져진 '속도조절'과 '에너지 비축'은 아직 진행형이다. 장세를 예단, 불투명한 해외 여건이 주는 위험을 안고 가기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우선할 시점이다. ◆ 안개 속 해외 변수 = 수요일 뉴욕증시는 나스닥지수 12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지는 등 주요 지수가 동반 내림세를 나타냈다. 다우와 나스닥이 나흘 연속 동반 하락하기는 올 들어 처음이다. 기술적 반등이 기대되는 시점에 맞춰 호재가 나왔다.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 시스템즈는 매출과 수익 전망의 초과 달성을 자신했다. 지난해 4/4분기 노동생산성은 1년 반중 최댁폭인 3.5% 향상된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호재는 뉴욕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불투명한 회계에 대한 의구심에 묻혔다. 실적 부풀리기 의혹은 엔론과 타이코를 거쳐 컴퓨터 보안 업체 베리사인과 통신업체 월드콤으로 옮았고 얼마나 더 커질 지 예측하기 힘들다. 아일랜드 최대은행 얼라이드아이리쉬뱅크(AIB)의 미국 자회사 올퍼스트파이낸셜에서 발생한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환매매 손실을 은닉한 금융사고는 미국 자본시장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을 더욱 키웠다. 한편 일본에서는 부실채권처리에 허덕이는 가운데 3월 결산을 앞둔 은행을 중심으로 '대란설'이 확산되고 있다. S&P,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는 잇달아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일본정부가 심화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연휴 기간중 내놓을 경제와 관련한 종합대책안이 효과를 발휘할 지 관심이다. 부시의 발언 이후 미국 국방부가 한반도에서 미국이 개입하는 국지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피하기 힘든 부담으로 꼽힌다. 이날 종합지수가 장후반 10분 동안 10포인트 수직낙하하자 증시 일각에서는 뒤늦은 전쟁위험에 과민반응한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 연휴는 가볍게 = 7일 증시는 이틀 동안의 상승을 마무리하고 급락했다. 20일과 5일 이동평균선이 차례로 무너졌고 단기 데드크로스가 발생, 매도신호를 냈다. 속도 조절에 들어간 증시를 차분하게 관망하면서 반등이 일면 차익실현으로 대응, 현금확보의 기회로 삼고 저가매수 타이밍은 조금 더 늦춰 가볍게 휴식을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최근 종합지수는 뉴욕증시 하락 등 해외 여건 변화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설 연휴와 옵션만기를 앞둔 경계감이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와 긴장고조 등을 감안할 때 해외 여건이 급속도로 개선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조정 국면의 연장선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차별화 경향이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저가 매수세를 자극할 700∼720선에서의 반등은 고려해 볼 만하다. 저가 매수는 탄력이 살아있는 반도체, 은행주가 적당하다. 다음주 14일 옵션만기를 하루 앞둔 금요일 증시의 변동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주가지수옵션 2월물과 직접 연관된 매물은 미미하다. 또 지난달 말 이래 현물가격이 선물가격을 상회하는 백워데이션이 고착되면서 지난달 27일 6,600억원을 넘던 매수차익거래잔고가 일주일 만에 4,000억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매물 부담이 한결 완화됐다. 옵션만기가 프로그램 매물을 덜어내면서 조정의 마무리와 상승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구조조정 변수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이날 산업은행은 이번주중 GM협상단이 실사결과를 반영한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인피니온과의 동시 협상을 다음주 내에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