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벤처캐피털] 황금알 캐는 벤처투자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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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은 테이블 위에 놓인 달걀을 가리키며 콜럼버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달걀을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콜럼버스는 달걀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는 달걀을 세운 채 테이블위에 살짝 내리쳤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달걀의 끝부분이 찌그러지며 테이블위에 곧추섰다.
이사벨라 여왕은 콜럼버스의 이런 모험적인 행동을 보고 엷게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바로 세계 역사상 최초의 '벤처투자심사'였다.
우리는 보통 세계 최초의 벤처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프로젝트를 꼽는다.
콜럼버스는 최초의 벤처기업인이고 이사벨라 여왕은 첫 벤처 캐피털이라는 것이다.
올해도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벤처캐피털의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어떤 벤처인은 달걀을 복제하는 기술로, 또 다른 벤처인은 자기(磁氣)부상 달걀로 벤처투자를 요청할지도 모른다.
올해는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벤처캐피털은 모두 1백45개사.
중기청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벤처캐피털이 올해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로 한 규모는 1조6천7백42억원에 이른다.
투자받기를 원하는 기업도 약 1만5천개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중 벤처캐피털의 투자심사에 합격해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기업은 2천8백개사에 머물 전망이다.
벤처투자심사에서 약 5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이사벨라 여왕의 미소'를 획득할 수 있다.
그래도 올해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1백42개 등록 벤처캐피털이 투자하기로 한 규모가 지난해 실적(8천5백억원)에 비해 거의 2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들은 벤처에 거품이 일단 걷힌데다 월드컵 등의 영향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 벤처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들이 투자키로 한 분야는 정보통신 부품 소재 바이오 등 3대 유망분야가 전체 투자의 74.8%를 차지했다.
또 영상음반 게임 환경등 분야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벤처캐피털은 KTB네트워크 우리기술투자 한국기술투자 한국IT벤처 LG벤처투자 삼성벤처투자 산은캐피탈 무한기술투자 등 10여사를 웃돌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21세기를 이끌어갈 벤처기업에 과감한 투자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벤처캐피털의 올해 분기별 투자계획을 보면 종형(鐘形)구조를 나타낸다.
금년 1.4분기에 순조롭게 출발, 2.4분기에 급팽창하기 시작해 정점을 이룬 뒤 3.4분기까지 지속되다가 4.4분기에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분기별 투자액을 보면 1.4분기가 3천6백28억원, 2.4분기가 4천4백70억원, 3.4분기가 4천5백29억원, 4.4분기가 4천1백15억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올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유치를 바라는 기업은 2.4분기를 겨냥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올해 창투사들의 투자형태는 주식인수방식이 전체의 74.3%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주식연계채권 인수가 17.7%에 달했다.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은 8%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이렇게 대규모 투자를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지난해에 벤처투자 재원조성이 활발히 이뤄진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결성된 벤처투자조합은 모두 1백6개 조합.
이들의 출자액은 1조원에 이르렀다.
투자재원이 이렇게 대규모로 조성된 데는 정부측의 재정지원 영향도 컸다.
정부측에서 약 3천억원의 재정을 출자한데 힘입어 민간에서 7천억원을 출자해 1조원을 마련한 것이다.
올해는 부품소재 개발기업과 지방기업도 벤처캐피털을 활용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왜냐하면 제조업전문 투자조합 결성규모가 3천억원을 넘어선데다 지방기업 전문투자조합 결성규모도 4백5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제 번처기업들이 새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이사벨라여왕의 미소'를 얻는 것이 선결과제다.
철저한 기술개발과 준비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벤처기업인들이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활기차게 사업을 펼칠 호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