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께 삼가 고합니다. 저희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이 되고 싶은 미술인입니다. 일 안하면 꾸짖어 벌주시고 그림 나쁘면 좋은 그림 그릴 때까지 사랑하고 격려해 주시오소서" 중견작가 임옥상씨(51)가 지난 1일 평창동 미술거리 입구 3층 건물에 새로 마련된 가나아틀리에 오픈식에서 입주 작가들을 대표해 축문을 낭독했다. 이 곳에는 임씨를 비롯 배병우 고영훈 전병현 사석원 유선태 반미령 이동기 등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 8명이 입주했다. 가나아틀리에에 1년간 입주할 작가들에게는 평균 30평 규모의 작업실이 전액 무료로 제공된다. 가나아트갤러리가 하나은행의 지원을 받아 개관한 가나아틀리에는 도심에서 가깝고 미술 중심지로 자리잡은 평창동에 위치하고 있어 작가와 고객간의 자연스런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러 작가들이 한 곳에 모여 작업하는 공간인 '공동 아틀리에'가 점차 늘고 있다. 가나아틀리에에 이어 오는 5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도봉구 창동에 '창동미술스튜디오'를 완공해 운영에 들어간다.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건립되는 창동미술스튜디오는 작업실 14실과 제반 시설을 갖춰 30세이상 50세미만의 작가 15명을 오는 4월에 선정,5월부터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작가들은 월 5만원의 최소 관리비만 내면 된다. 국내 공동 아틀리에의 '원조'는 쌈지스페이스가 2000년 초 홍익대 인근에 개설한 '쌈지스튜디오'다. 쌈지스튜디오에는 매년 8명의 작가가 입주한다. 오는 3월 제4기 입주 작가를 선정하며 모든 경비는 갤러리측에서 부담한다. 이 곳은 주로 비디오 설치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을 위주로 뽑는 게 특징. 미술관 중에서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영은미술관이 처음으로 2000년 11월 '경안창작스튜디오'를 개설했다. 12개의 스튜디오를 갖춘 이 곳에는 김기림 육근병 방혜자 등 중견작가 10명이 입주해 있다. 작가들이 한달에 10만원 가량을 내는 대신 영은미술관측은 해외진출 기회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미술계에서는 공동 아틀리에의 잇딴 개설이 미술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면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병현씨는 "가나아틀리에가 기존 작업실보다 두 배 가까이 넓어 앞으로는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동 인근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임옥상씨는 "기존 작업실에선 설치 조각작업을,가나아틀리에에서는 평면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나아트센터 이옥경 대표는 "가나아틀리에는 기업과 연계해 작업실 개방,일일 문화체험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미술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성구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