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정신으로 불황을 이겨내겠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 청룡부대.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를 밑도는 매서운 날씨속에서 해병대 겨울캠프에 참가한 박호섭 사장(43·경기도 용인시)은 조교의 구령에 맞춰 쪼그려뛰기를 하느라 전투복이 땀과 진흙으로 뒤범벅이 돼 있었다. 운수업체인 사주산업을 경영중인 박 사장은 당초 예상보다 훈련이 너무 힘든데다 체력마저 달려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특히 20㎞ 행군으로 다리근육이 뭉쳐 앉고 일어서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지만 '이 정도 훈련도 견디지 못한다면 사회에서 성공할수 없다'는 생각에 어금니를 물었다. 군대식 극기훈련캠프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중에서도 해병대 훈련이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해병대 캠프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모든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위해 개발됐다. '하면 된다'는 해병대정신을 배우기위해 최고경영자에서부터 회사원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30∼40대의 입소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부서단합이나 노사화합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단체로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1월7일부터 시작된 해병대캠프는 1일로 끝났다. 4박5일의 일정으로 4차례에 걸쳐 김포와 포항에서 나뉘어 진행된 이번 캠프에는 1천6백여명의 민간인들이 참가했다. 훈련 내용은 유격훈련 각개전투 침투훈련 등. 신병 훈련소의 프로그램을 압축한 것이다. 서울 구로동에서 소음진동방지업체인 바넥엔지니어링을 경영하는 한동주 사장(42)은 "침투용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뛰었던 특공훈련이 가장 힘들었다"며 "1인당 참가비 5만원을 내고 말 그대로 사서 고생했지만 끝내고나니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훈련기간중 반복된 기합소리 때문에 목이 꽉 잠긴 한 사장은 올 여름 캠프에는 직원들과 함께 참가해 노사화합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기업체의 단체 참가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초 1차로 인천공항 특수경비단 소속 대원 26명이 캠프를 다녀갔다. 신라호텔 '서비스드림팀' 32명도 지난 28일부터 시작된 4차 캠프에서 땀을 흘렸다. 이처럼 병영캠프가 인기를 끌자 특전사 경찰청 등도 비슷한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본딴 민간업체들의 병영체험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연수전문업체인 태드월드의 김재오 사장은 "한국통신 교보 등 국내 대기업들의 직원 연수용으로는 물론 홍콩 일본 등 외국관광객들 사이에 관광상품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