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이 가까워졌다는 월가의 ''낙관론''에 대한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경고는 즉각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 경기의 향방을 가늠해주는 쌍두마차격인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이 동시에 "경기 회복의 신호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발표한 것.소비자감정지수가 오르는 등 일부 호재도 있었으나 ''기업 수익 악화''라는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기술주.나스닥지수는 지난주 4.6% 하락한 1,930.34를 기록했다. 지난 9·11테러 이후 주간 하락률로는 가장 큰 폭이다. 다우지수는 9,771.85로 2.2% 떨어졌고 S&P500도 1.5% 내린 1,127.58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3대 지수 모두 연초 대비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월가 분석가들은 그러나 악재에 묻히긴 했지만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1월 중 소비자감정지수가 94.2로 지난해 12월(88.8)보다 크게 올라간 것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금리조정회의에서 FRB가 금리를 또 한 차례 내릴 경우 소비가 예상보다 늘어나 기업 수익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상반기 수익 전망을 조심스럽게 발표한 금요일(18일) 하루 5.4% 떨어진 주당 66.1달러를 기록했다. ''5.4%''는 지난 9·11테러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가장 큰 것.이 회사 존 코너스 재무담당 임원은 "세계 주요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신호를 찾기 힘들다"며 "올 상반기 수익이 당초 전망보다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요일 장이 끝난 뒤 "새해 들어서도 영업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루 거스너 회장)고 발표한 IBM의 주가도 지난주 금요일 하루 4.7% 하락한 1백14.25달러로 주저앉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에 앞서 큰 폭의 설비투자 축소를 발표한 인텔도 지난주 2.8% 떨어진 33.57달러를 기록했다. 분석가들은 인텔이 올해 65억달러의 설비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회사측은 이보다 15% 이상 감소한 55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곧바로 반도체장비 업체에 영향을 주어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어플라이드매터리얼스가 10% 급락한 40.35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할리버튼을 파산으로 몰아넣었던 석면소송 사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월가에 태풍의 눈으로 작용하고 있다. 3M이 만든 마스크를 착용했던 근로자가 2천2백만달러 규모의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3M의 주가가 하락했다. 금융주 중에는 엔론과 아르헨티나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부각되고 있는 JP모건체이스가 하락을 주도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