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폭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3조원의 이익을 낸 것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 때문이다. 정보통신이라는 새로운 유망 사업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 4.4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당초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로 설정된 판매보증충당금(약 1천3백억원)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이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오히려 각 부문이 바닥권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 사상 세번째 순익 =6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익을 낸 2000년과 비교하면 3조원의 순익은 큰 자랑거리가 못된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물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판국에 이만한 순익을 낸 기업은 흔치 않다. 삼성전자측은 세계 제조업체중 10위권에 들어갈 수 있는 이익규모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극심한 침체기에도 조 단위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인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는 반도체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가전 등 각 부문을 고루 갖춘 ''황금분할''식 사업모델이 갖는 장점이 발휘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D램을 제치고 휴대폰이 삼성전자의 ''캐시카우(cash cow)''로 등장한 것처럼 향후 시장에서 유망 제품이 바뀌더라도 재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제품들간의 통합(컨버전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체제라고 삼성은 설명하고 있다. ◇ 이익증가 추세 전환 =지난해 4.4분기 크지는 않지만 실적호전 추세를 확인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지난해 1.4분기 1조6천1백억원에서 2.4분기 6천억원, 3.4분기 1백82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4.4분기엔 6백90억원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 추세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4.4분기 평균 판매단가가 1달러 중반으로 3.4분기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며 각종 비용 절감으로 반도체 적자폭을 3천8백11억원에서 2천1백20억원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고정거래가격 상승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은 낙관적이라는 얘기다. 또 디지털미디어 부문도 DVD콤보 등의 제품판매 호조가 4.4분기부터 이익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올해 수지 호전을 예상하고 있다. 휴대폰 등 정보통신 부문은 견조한 이익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EBITDA(감가상각 이자 세금 공제전 이익)가 지난해 5조5천억원에서 6조3천억원으로 8천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달러당 원화 환율을 1천1백50원으로 보고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어서 실적이 추가로 호전될 여지도 있다. ◇ 반도체가격 올해부터 반영 =삼성전자 IR팀장인 주우식 상무는 16일 "반도체 가격의 구체적인 인상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일부 품목에 대해 인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D램 업체들이 주요 PC업체들에 제시한 가격은 1백28메가 S(싱크로너스)D램이 3.5달러, 2백56메가 SD램은 7달러 수준"이라며 "이 가격대는 지난 1월초의 고정거래선 가격 대비 각각 47% 정도 인상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가격을 인상키로 함에 따라 D램 사업 수지는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D램 수급상황의 개선 속도를 감안할 때 주요 PC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D램 사업이 1월중 영업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 위원은 또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공급물량 부족을 감안해 가격 인상을 시도중"이라며 노트북용 LCD를 중심으로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진행중인 미국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반도체의 협상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올해 1.4분기는 지난해 4.4분기보다 실적이 나을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김성택.이심기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