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그랜드 슬램은 내가 먼저'' 오는 18일 광주 무등파크 호텔에서 열리는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에 임하는 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의 각오는 남다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이 기전에서 우승한다면 현존하는 세계대회를 한 번 이상씩 제패하는 첫 그랜드슬램의 영예를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황제'' 조 9단은 바둑올림픽인 초대 잉창치배(89년)에서 중국의 네웨이핑 9단을 3대2로 꺾고 우승한 것을 비롯 후지쓰배(93·2000·2001년) 춘란배(99년) 등 굵직한 세계대회를 차례로 석권했다. 그러나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하다 지난해 말 비로소 삼성화재배를 품안에 넣으며 이제 넘지 못한 봉우리는 LG배 하나만 남게 됐다. 지천명(知天命)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최근 무서운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는 조 9단이 이번 LG배에서 어떤 행마를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 9단에게도 LG배는 정복해야 할 마지막 고지. 유 9단도 조 9단과 마찬가지로 응씨배(97년),후지쓰배(93·99년),춘란배(2001년),삼성화재배(2000년) 등 각종 세계기전 우승자란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올려놓았다. 유 9단에게 그러나 LG배는 한(恨)이 서린 기전이다. 1,2,4회 대회 등 세 번이나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유 9단으로서는 이번이 4수째 도전인 셈이다. 유 9단은 최근 패왕전 본선에서 13연승을 올리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바둑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들이 첫 그랜드슬램을 넘보기 위해선 먼저 준결승 상대들을 넘어뜨려야 한다. 조 9단의 준결 파트너는 ''세계 최강'' 이창호 9단. 이 9단은 LG배에서 이미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조 9단과의 상대전적에서도 1백64승 1백7패로 앞서있다. 유 9단은 ''불패소년'' 이세돌 3단과 일전이 불가피하다. 이 3단은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이 9단을 상대로 먼저 2연승을 거두었지만 뒷심 부족으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두 기사간 상대전적은 10승6패로 유 9단이 우세.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