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 설립된 소프트파워(대표 김길웅.www.soft-power.com)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에서도 경쟁사를 크게 앞지르는 공급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 1차 사업에서 1백34개 회사와 ERP 공급계약을 맺어 후발 경쟁사를 두 배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소프트파워는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가파른 성장을 이뤘다. 작년 매출은 1백60억원으로 전년(1백19억원)보다 34% 늘었다. 국내 솔루션 회사론 드물게 하드웨어를 뺀 소프트웨어 판매만으로 1백억원을 올리는 기록까지 세웠다. 올해 매출은 3백20억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소프트파워의 성공비결은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제품에 반영한다. 소프트파워가 개발한 ERP솔루션인 topERP도 철저히 고객입장에서 만들어 졌다. 대표적인 것이 일반 기업의 실무에서 사용하는 문서형식을 그대로 화면에서 구현한 것이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쓰이는 세금계산서와 똑같이 생긴 화면을 띄워 수치를 입력하고 결과를 볼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실무자들이 큰 거부감 없이 ERP를 활용할 수 있다. topERP는 또 국내 경영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만들었다. ERP를 도입하는 목적이 ''사내 자원의 효율적 관리''인 만큼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잘 반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ERP솔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환경에 대한 노하우"라며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만 갖고 있는 독특한 경영 관행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맹목적으로 외국산 ERP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력이 생명이다=소프트파워는 해외 유명 ERP업체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년 가까이 쌓아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topERP를 만들었다. 게다가 topERP 개발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보시스템연구소,서울대학교 공장자동화연구소가 함께 참여해 연구인력만 1백5명,비용은 32억원이 들었다. 소프트파워는 또 ERP솔루션 개발도구인 ''프로세스Q''를 갖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워포인터를 쓰는 것처럼 간단하게 ERP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경영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실무자들이 직접 맞춤형 ERP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프로세스Q는 소프트파워가 ERP솔루션을 만들 때 쓸 정도로 강력한 도구다. ◇포기할 것은 미련없이 버린다=김 사장은 미국과 유럽시장에 수출하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버렸다. ERP솔루션은 경영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한국과 다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과 환경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ERP 분야에서 해외진출의 걸림돌은 언어가 아니라 경영환경"이라고 거듭 말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