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만능주의적 노동운동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4일 오후 태광산업·대한화섬 울산공장에서 열린 새 노조집행부 출범식에서 류동국 신임 노조위원장(45)는 취임사를 이렇게 마무리지었다. 지난해 83일간 공장가동이 중단될 정도로 극단적인 노사대립으로 피폐해진 태광에 재기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신임 위원장은 취임사 중간에 "싸우는 노조에서 일하는 노조로 변신해서 회사 경영위기를 타개하고 노사 모두 공생하는 상생의 문화를 이룩하겠다"고 ''노동자우선에서 경영우선''으로 노동운동의 대전환을 대전환을 천명했다. 태광 노조는 이에 앞서 지난 3일 상급단체였던 민주노총 탈퇴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외부의 강성투쟁노선과도 공식 결별했다. 태광노조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온 민노총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96년 민주노총 가입이후 화섬업계 노조중 최고 강성 노조로 맹위를 떨쳤던 이 회사 노조의 급선회는 노동운동의 메카 울산은 물론 전국 대형사업장의 올해 운동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방향타로 간주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작년의 경우 민노총일정에 따라 냉각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파업투쟁을 전개할 정도로 사측과의 내부문제보다는 외부단체의 입김에 좌우돼 왔다. 그런 강경투쟁과정에서 5백7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등으로 일터를 떠났고 회사는 장기파업에 따른 손실이 겹쳐 5천여억원의 영업손실을 안게 됐다. 작년은 61년 창사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참담한 해로 기록됐다. 파업후유증에 아직도 휴업인력 2백50여명이 회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영광도 없고 상처 뿐인 노조운동''이라는 회의가 조합원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2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현 집행부가 강성 노조를 뒤짚고 70%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류동국 노조위원장은 "근로자들이 생산성향상과 거래처 고객만족 등을 위해 온힘을 다하면 고용보장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면서 "노사 공생문화로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측도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사이래 처음으로 신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기에 앞서 노조집행부와 논의하는 워크숍을 가졌다. 올해부터 격주휴무제를 도입하고 근로자들에게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휴업인력의 조기복귀를 위해 신사업투자등 다각적인 방안도 마련키로 약속했다. 장기영 태광산업 화섬본부장(55)은 "화섬업계가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최악의 경영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변신은 회사재개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류위원장 등 노조간부들은 7일부터 2천여 거래선을 방문해 업체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파업으로 끊겨버린 거래선 회복을 위해 품질향상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