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30엔대로 급락,아시아에 엔저(低) 비상이 걸렸다. 급격한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중국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은 환율전쟁을 우려하는 등 엔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엔화가치는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백30.95엔까지 급락, 1998년 10월6일(1백32.86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써 3년2개월만에 1백30엔대의 엔저시대가 다시 펼쳐졌다. 이날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이 "엔화가 좀더 떨어진다면 적정한 수준이 될 것(a slightly weaker yen would be appropriate)"이라고 밝히자 달러당 1백29엔 선에서 움직이고 있던 엔·달러 환율은 곧바로 1백30엔 선으로 올라갔다. 일본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한 수출확대를 겨냥, 엔저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엔화약세로 동아시아에 환율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일본정부의 엔약세 정책은 무책임한 행위이며 엔약세가 지속되면 아시아지역에 통화 평가절하 경쟁이 벌어질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이같은 경고는 대만 싱가포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최근의 엔저에 불만을 품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대만과 싱가포르정부도 급격한 엔약세가 단기적으로 자국 경제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인식 하에 인위적인 엔약세 정책을 중단할 것을 일본정부측에 촉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엔화가치가 금주중 달러당 1백32엔까지 떨어지고,내년 2월에는 1백36엔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행의 외환책임자 도미타 기미히코는 "일본정부의 엔저정책과 아르헨티나사태로 인해 유로화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주 안에 엔화가 1백32엔선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스코틀랜드로열은행의 환율전략가 미즈카미 노리유키는 "2개월 후에는 1백35~1백36엔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시아주변국들의 반발과 지나친 엔저에 대한 미국정부의 거부감 등을 이유로 1백35엔이 이번 엔저의 한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