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통합을 불과 1주일을 앞두고 지역·직장보험의 재정분리가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함에 따라 그동안 통합작업을 준비해온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관리공단 등은 일단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 아직 본회의 심의 절차를 남겨놓고 있지만 이번 건보 재정분리가 건보조직의 재분리 논쟁으로 이어질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재정통합이 백지화된 배경에는 직장인의 경우 소득이 유리지갑처럼 1백% 노출되는 반면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평균 30%에 불과하다는 형평성 문제가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이 통합될 경우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지역가입자에 비해 과중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정통합으로 인한 '적립금 까먹기'식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점도 이번 재정분리로 기대되는 효과다. 반면 당장 지난 5월말 발표된 건보 재정안정 대책의 전면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재정안정 종합대책을 통해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직장과 지역 재정을 법적으로는 통합하되 재정계정은 5년간 분리 운영한다'고 발표했었다. 재정통합이란 명분은 살리되 한쪽 주머니(지역건보)의 돈을 다른쪽(직장건보)으로 옮겨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내년부터 전체 지역가입자 진료비의 50%에 해당되는 정부지원금이 지역재정에 투입되면 지역은 당장 흑자기조로 돌아서는 반면 직장은 계속 적자가 확대되는데 따른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건보 재정이 분리됨에 따라 직장건보는 스스로 돈을 빌려 보험급여를 감당해야 한다. 이럴 경우 직장가입자는 대폭적인 보험료 인상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의 낮은 소득파악률로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이 깨졌다고 불평하고 있는 직장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민단체인 건강연대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하지 않으면 2006년 지역보험은 2조원 가량의 흑자를 나타내는데 비해 직장건보는 1조9천억원의 적자를 보게 된다"며 "이에 따라 직장근로자의 건강보험료는 40% 가까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와관련,"지역건보에 투입키로 한 담배부담인상액을 지역이나 직장 구분없이 65세 이상 노인급여비로 사용해 직장건보의 적자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건보재정 분리가 아예 조직 재분리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7월 단행된 직장·지역보험 조직통합은 내년 1월 재정통합을 전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건보조직 통합을 놓고 이른바 통합주의와 조합주의간의 첨예한 대립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이 다시 이원화됨에 따라 조합주의자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