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2001] (1) 올해의 話頭 '組暴' .. 정치판까지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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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조폭'이다.
각종 게이트, 벤처비리와 영화까지.
온갖 정치.경제.사회.문화 현상을 조폭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머리를 짧게 깎아 속칭 '깍두기'로도 불리는 조폭은 반(反)법치.비(非)합리의 상징언어다.
이는 투명성 합리성 공정성이란 개혁과제들과는 거리가 멀다.
무리지어 행사하는 폭력은 뒷골목 유흥가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판이다.
야당은 각종 게이트에 연루된 조폭과 여당 정치인을 빗대 '조폭정권'이라고 치받았다.
무늬만 벤처인 사업가들과 정.관계 고위인사의 연결고리는 조폭이었다.
'헹님' '아그야'는 초등학생들조차 즐겨쓰는 말이 됐다.
9.11 테러와 뒤이은 보복전쟁등 국제관계도 조폭의 시각에서 보면 차라리 이해가 쉽다.
11살짜리 해리 포터가 악을 쳐부수는 데 온세계가 열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영화판은 이런 현실을 충실하게 투영해냈다.
관객 8백만명을 넘긴 '친구'를 비롯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등은 모두 조폭이라는 앵글을 통해 한국 사회를 비추고 있다.
이런 어깨들이 있으니 할리우드 영화가 유독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은 '성역 없는 수사'라는 얘기조차 공허하게 듣는다.
마치 조폭의 어깨에 새겨진 '차카게 살자'라는 문신을 볼 때처럼.새 천년의 한국은 이렇듯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공손해지는 막가파식 조폭논리에 결박당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