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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연말을 밋밋하게 보내지는 않을 모양이다.
주가가 완연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어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강하게 튀어올랐다.
최근 증시에 하향 압력을 가한 대외여건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엔화가치가 급락한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거의 두달만에 1,300원대로 올라섰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는 급박하게 전개되던 분위기와 달리 진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제난에 따른 폭동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증시는 그러나 현재의 여건보다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담아내며 지지선을 확인했고 추가 상승을 도모할 테세를 갖췄다. 매수주체는 긍정적인 순환효과를 냈고 통신, 대중주가 반도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수가 박스권 상단부로 접근하면서 연말 주식비중을 다시 점검할 시점이다. 반등이 일면서 현금확보와 포트폴리오 재편이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에 순응하는 한편 지수방향과는 역으로 주식비중을 결정하는 전략도 단기적으로 유효하겠다.
◆ 밑변확인, 재도약 = 주가가 전약후강의 모습을 띠며 엔화 약세와 하이닉스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7.46포인트, 2.70% 오른 664.51에 거래를 마감, 단숨에 660선을 회복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2인3각을 이뤄 매수에 가담했으며 기관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입질'을 지속했다. 통신주와 은행, 건설, 증권 등 대중주가 동반 급등하며 주도주로 부각됐다.
기술적으로는 이번 조정에서 한번도 뚫리지 않은 640선을 지켜내며 하방경직성을 강화하고 단기 심리선과 추세선인 5일선과 20일선을 차례로 회복함에 따라 단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며 망가진 챠트를 복구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상승을 최근 조정에 대한 기술적 반등에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 상승을 따라가자는 의견이 많다.
내년도 경기 회복 기대감을 선반영한 증시가 해외 복병을 만나 탄력을 받기가 쉽지 않지만 만만치 않은 저가매수 열기를 고려하면 상승 시도가 지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날 상승종목 수는 544개로 이달 들어 최다를 기록했다. 개별종목과 지수관련 대형주가 함께 움직이는 장세가 펼쳐지면서 매수세가 매도세를 압도했다.
최근 조정국면에서 삼성전자가 고군분투, 지수의 추가하락을 저지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에 따라 체감지수가 상당히 떨어져 있던 게 사실이다. 체감과 현실의 괴리감이 좀 더 좁혀질 지 주목된다.
SK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추세를 그리거나 명확한 신호가 있는 장이 아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650선을 축으로 한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연말과 연초의 증시움직임이 방향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박스권을 설정하고 지수움직임에 따른 매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도체의 대안, 잣대는 실적 = 이날 강세는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 이상 급락한 가운데 일어났다.
건설업종이 6% 이상 오르며 업종 지수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 은행, 증권 등 대중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통신주는 SK텔레콤를 필두로 대부분 급등세를 나타냈다.
반도체주가 맥을 추지 못하는 사이 통신주가 개별 재료를 중심으로 급등했고 대중주는 순환매성 매수세 유입이 더해졌다.
통신주 강세는 SK텔레콤의 불확실성 감소, KTF의 장미빛 실적 등에 따른 것이다. 뚜렷하게 호재로 판단하기에는 이날 급등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 동안 낙폭과대에 따른 치유과정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IT주를 양분하고 있는 통신주나 투자심리의 바로미터인 대중주가 반도체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신주와 대중주 강세는 그러나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증시 흐름의 큰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SK텔레콤이 전략적 제휴 무산에도 불구하고 급등했고 대중주는 LG건설, 현대산업, LG투자증권, 하나은행 등을 중심으로 올랐다.
최근 음식료, 유통관련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배당관련주가 주목받는 등 수출보다는 내수, 성장성보다는 실적위주로 흐르는 분위기와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인 실적주이면서 내수주인 통신주와 우량 금융, 건설주로 시세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KGI증권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대표적인 내수관련주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올라서면서 우량은행, 건설주 등으로 종목 찾기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에 대해 실적과 가격이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통신담당 민경세 연구위원은 "SK텔레콤 등 통신주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던 수급 문제가 해소되고 있어 실적이 부각될 경우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