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골프장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멋진 코스설계나 매끄러운 잔디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사람,즉 그날 만나게 되는 캐디다. 며칠 전,한 골프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짧은 커트 머리에 장난기 가득한 눈,주근깨 있는 얼굴의 소년같은 아가씨가 다가와 꾸벅 인사를 한다. 씩씩한 목소리를 지녔다 했는데,찬바람 부는 겨울 들판을 참 힘차게도 달린다. '굿-샷!'하는 외침이 겨울 들판에 쩌렁쩌렁 메아리친다. 어디 그뿐인가? 그동안 다른 골프장에서는 밀릴까 걱정하는 캐디 눈치,뒤팀 눈치보느라 엄두도 못냈던 '멀리건'도 가능했다. 이곳에선 그녀가 먼저 나서주었다. 쪼르르 구르다가 만 티샷을 보면 "긴장하지 마시고요,볼 하나 더 쳐보세요"라며 권해주었다. 볼 하나 더 치는 데 걸린 시간만큼 그녀는 또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퍼팅그린에서의 '기브'도 그렇다. 다른 캐디 같았으면 '기브'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혹은 먼저 "기브 거리입니다"라고 말하며 볼을 집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캐디,집어올리려해도 "그래도 연습 한 번 해보셔야죠"라며 볼을 정성스레 다시 놓아준다. 꼭 필요한 클럽을 정확히 서브해주는 야무진 손을 지녔으며,바람들세라 카트를 비닐로 막아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멀리건 볼 하나 치고 싶어하고,기브 받았지만 그래도 퍼팅연습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까지도 읽어내는 캐디…. 곰곰 생각해보니 그녀의 활약엔 동반자들도 한 몫한 듯하다. "구력 10년 동안 만난 캐디 중 가장 멋진 캐디"라는 칭찬을 홀마다 아끼지 않은 K선배,"손가락 얼면 안되죠"라며 캐디의 손난로까지 준비해간 L선배,"연희씨가 놓아준 퍼팅라인대로라면 걱정없어"라며 믿어준 G선배…. 그들이 있었기에 그녀의 활약이 더욱 빛을 발했던 건 아닐까? 올 겨울,가장 추운날의 라운드임에도 그 골프장에서의 기억은 유독 포근하게 기억에 남는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곳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품고 있기 때문이고,그 골프장이 따뜻한 건 그곳에 있는 그녀 때문이다' 고영분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