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드라마 商道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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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商道)'라는 TV 드라마가 뜨고 있다.
원작을 뛰어넘는 드라마틱한 재미는 물론이고 만상과 송상의 극적인 대비도 매력 포인트다.
만상은 의주를,송상은 개성을 본거지로 하는 상인들을 말한다.
만상과 송상의 대조적인 장사철학을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만상의 서기(요즘 말로는 재무,마케팅 담당 임원) 임상옥과 라이벌인 송상의 대행수(전문 경영인) 정치수가 불꽃 튀기는 상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임상옥이 먼저 포문을 연다.
임상옥은 아버지의 지인으로부터 조만간 한양에서 부정기적인 과거가 있을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다.
정보가 돈이 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임상옥은 함경도와 평안도 일대 지물전의 상품을 모두 사들여 한양으로 원정 판매를 시도한다.
한편 정치수는 과거를 무산시키는 공작에 돌입한다.
인부들을 시켜 한양 목멱산(남산) 중턱에서 낙엽을 태우게 한 것이다.
목멱산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전란의 조짐이 있다는 것이고 백성들의 민심은 어지러워진다.
이럴때 과거를 보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
전란 조짐이 있다는 풍문이 나돌면서 과거가 취소될 것이란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시장에는 두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물값이 갑자기 곤두박질치고 짚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란이 나서 너도나도 피란을 떠나면 짚신을 챙겨야 하는 건 필수적인 일.
정치수는 두가지를 노렸다.
경쟁자인 만상의 지물장사에 타격을 주고 헐값으로 지물을 사들여 되팔게 되면 막대한 이문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여기에다 전란 소문에 편승한 짚신 장사도 대박을 터뜨렸다.
결국 송상은 소비자들을 속이는 사술을 동원,이윤 극대화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95년 백화점 업계는 사기세일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이 일이 있은 후 유통업계는 자숙하는 분위기가 역력했고 결과적으로 투명한 영업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됐다.
만상의 총수는 상도의 근본이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외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자기 실력을 키우기 보다는 협력업체들을 윽박질러 경쟁업체를 견제하는 정도의 수준으로는 개방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에 우리 유통업체들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상도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