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여전한 '밥그릇' 싸움으로 정상회담에 쓴맛을 남겼다고 유럽언론들이 지적했다. EU 정상들이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벨기에 라켄에서 정상회담을 연뒤 유럽언론들은 17일 일제히 이에 대한 사실보도와 논평을 싣고 회담이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러나 EU의 13개 전문기구 설치 장소를 둘러싸고 정상들이 국익수호 차원에서 선뜻 양보하지 않았으며 이같은 노골적인 국가이기주의는 다시 한번 유럽통합정신에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EU 정상들은 유럽판 '식품의약청(FDA)'이라고 할수 있는 유럽식품안전청(EFSA) 설립 장소를 핀란드 헬싱키로 잠정 합의해놓고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총리의 비토에 가까운 반대로 인해 이 기구의 본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자국의 파르마 시가 이 기구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순전히'국내 정치용'으로 EU 정상회담에서는 거의 관례가 없는 사실상의 비토권을 행사한것으로 알려졌다. EFSA는 400여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일하게 될 새로운 고위 기구로 다른 12개 군소 전문기구들과 함께 EU 기구들을 별로 유치하지 못한 회원국들에 '분배'될 예정이었다. 기구 유치 싸움으로 인한 불만은 급기야 EU 장래문제를 논의할 대회의 의장 선출 문제로 번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프랑스 대통령이 이 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것은 결국 EU 강대국간의 자리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비난으로 불거졌다. 그러나 언론들은 대회의 출범 합의 등 라켄회담의 성적표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며 15개 국가들이 모여 공동의 국익을 논의하고 조정하는 자리에서 그같은 이견은 한편으로 약이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