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는 가격은 높지만 '사자'는 가격이 낮아 거래가 부진해지고 주가가 떨어지는 호가공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가 장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투자자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증권사 일선 지점 관계자도 "일단 주식을 정리하고 쉬겠다는 투자자의 매도주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일단 조정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은 매물에 시달리고 있는 대형주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개별종목의 단기 매매나 우량주의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호가공백 종목 속출=17일 코스닥시장에서 '호가공백'이 생긴 종목이 속출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정한 투자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호가공백은 거래량 및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졌다. 이날 거래량은 4억주를 밑돌았으며 거래대금은 1조5천억원에 불과했다. 개별 종목별로는 호재성 재료가 적지 않았지만 시장 분위기가 어두워진 까닭에 '사자'주문은 매우 신중했다. 방송법 개정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SBS는 장중 내내 '사자'와 '팔자' 주문의 가격차가 3백원 이상 벌어졌다. 지난주 증권사로부터 가장 많은 매수 추천을 받은 종목 가운데 하나인 테크노쎄미켐도 비슷했다. 지난 주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부진한 거래 속에서 호가공백은 3~4단계나 벌어졌다. 신규등록 종목인 유진데이타도 하한가 근처에서 심한 호가공백을 보이며 치열한 매매공방이 이어졌으나 결국 하한가로 마감됐다. 현대증권 류용석 선임연구원은 "호가공백은 향후 시장전망이 불투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주가가 한 단계 더 꺾이면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 하고 그것이 매물을 불러내게 되므로 신중한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수 5일·20일선 붕괴=17일 코스닥지수가 3.29% 급락하며 지수 5일 이동평균선과 20일 이동평균선이 동시에 붕괴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폐장일을 9일 남겨둔 시점에서 기술적으로 상승 추세선이 무너져 향후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SK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최근 상승 장세에서 득세한 논리는 기술적 분석에 의한 강력한 모멘텀이었고 그것이 주가 랠리로 이어졌다"며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주가 무너지면 전체 시장도 약세 분위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류 선임연구원도 "여건상 코스닥시장이 한번 뜰 때가 됐는데도 못가고 있다"며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친 개인들의 매물이 흘러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주가 조정기를 우량주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이혜린 선임연구원은 "'묻지마 투자'식의 개별 종목장이 서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조정이 깊지 않다면 우량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