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 중요한 변수로 재등장했다. 시장관계자들의 초점은 달러/엔 환율이 추가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서느냐에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12. 17∼12. 21) 환율은 거래범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연말을 앞두고 수급상황의 변화에 따른 변동가능성이 많은 와중에 달러/엔의 상승이 돌발적인 변수로서 작용하게 됐으며 대외변수의 움직임에 따른 시장 심리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각종 외자유치 타결로 인한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의 매물화 가능성은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예상범위 1,275∼1,295원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달러/엔의 127엔대 진입에 따라 1,270원대를 바닥권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달러/엔 추가 상승과 역외매수세의 재개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딜러들이 예상한 환율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75.31원, 고점은 1,295.19원.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71.80원이나 고점인 1,286.10원에서 상향 조정된 수치다. 지난 금요일 달러/엔의 급등이 시장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꿔놓은 결과다. 아래쪽으로는 3명의 딜러가 1,270원, 9명의 딜러가 1,275원을 하향선으로 보는 반면 1,280원 밑은 어렵다는 견해가 4명으로 조사됐다. 위쪽으로는 11명의 딜러가 1,295원을 고점으로 봤으며 2명은 1,288∼1,290원을, 3명의 딜러가 1,300원을 상승의 한계로 전망했다. ◆ 달러/엔 '주목' = 엔화의 급격한 약세 진행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외국인 주식매매동향 등 증시 여건에 눈길을 보냈던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엔 환율 등의 대외여건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지난 금요일 예상보다 기울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탓. 달러/엔은 지난 4월의 전 고점이었던 126.80엔을 손쉽게 뚫고 뉴욕에서 장중 127.94엔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주요 기술적 레벨을 차례로 뚫고 올라서면서 다소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운 레벨로 인식됐던 130엔이 성큼 다가선 분위기. 9.11 테러사태직후 116엔대까지 내려섰던 달러/엔은 이후 점진적인 상승세를 타면서도 120∼125엔 박스권에서 머물렀던 탓에 달러/원과의 연동성이 많이 떨어졌었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권 밖에서 서성이던 달러/엔이 가시권으로 편입된 것은 지지난주 말 125엔대 진입에 이어 지난주 후반 가파른 상승세로 127엔대에 올라서면서부터. 일단 달러/엔은 일시적인 하락조정도 예상되지만 방향이 위쪽으로 정해졌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 이에 맞물려 역외세력의 매매동향이 관심사다. 통상 달러/엔의 상승 움직임에 맞춰 국내 시장에서 달러매수에 힘을 싣는 점을 감안하면 역외 매수세가 다시 강하게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됐다. 아울러 엔화절하 속도에 비해 원화는 다소 견조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엔/원 환율이 100엔당 1,000원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99년 7월이후 29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시적으로 1,000원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사항. 다만 당국이 일본과의 수출경쟁력을 감안해 1,000원 아래는 부담스러워 하고 있으며 엔화 약세에 기인한 원화의 동반 움직임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띠고 있어 엔/원 보다는 달러/엔에 촉각을 맞추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의 포커스가 주식에서 엔화로 옮겼으며 달러/엔이 다음 타겟을 130엔으로 잡고 있음을 감안하고 있다"며 "최근 하향 추세에서 시각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시장에 돌고 있는 FDI물량이 1,300원 진입을 막을 것"이라며"그러나 엔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면 1,280∼1,300원의 박스권 재편성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 수급상황 유동적 = 연말까지 하락기조 유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됐던 FDI자금은 일단 엔화 약세에 동조한 달러/원의 오름폭을 제한하는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회사 등 다양한 경로의 외자유치가 가시화된 상태에서 이 자금들이 시장에 매물화될 경우 물량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20억달러 가량 예상되는 이들 자금 가운데 30∼50% 가량이 매물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58개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자금은 1,290원 이상에서 적극 나올 것으로 보이며 LG에너지의 지분매각분 2억달러, 한투증권 외수펀드 매각에 따른 물량 공급 등이 예상되는 반면 한국통신의 정부지분 매각대금은 외환보유고로 들어갈 것으로 보여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그룹도 기업 자금사정과 맞물려 금호산업이 타이어사업의 80%를 해외 컨소시엄에 서둘러 매각을 추진중이다. 이르면 이달중 협상이 체결될 수도 있으며 매각 추정대금은 12억∼1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瑛?12월중 자금이 시장에 공급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만 시장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반면 이같은 공급요인에 맞서는 수요요인도 있다. 연말을 맞은 충당금, 로열티 송금, 외채상환 수요 등을 비롯, 달러/엔과의 동조화 재개에 따른 헤지매수세가 이를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역외매수세의 재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또 환율 레벨이 올라갈 때 물량 공급 시점을 뒤로 미루는 점도 환율 레벨을 추가로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수급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가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20억달러 정도 대기하고 있다는 FDI자금은 30% 정도가 투입시점을 모색하는 가운데 역외매수세와 어떻게 맞물릴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