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한달중 최고치, "다음주 1,290원대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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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강하게 진행된 엔화 약세가 달러/원 환율을 나흘만에 1,280원대로 복귀시켰다.
달러/엔 환율은 127엔대를 훌쩍 넘어서는 강한 오름세가 시장분위기를 지배했다. 또 증시 약세,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등 제반 여건도 환율 상승쪽으로 기울었다.
엔화 약세의 추가 진전에 대한 견해가 우세한 상황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거래범위를 다소 넓히면서 고점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300원을 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으나 매물화될 수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이 선을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1.30원 높은 1,285.9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이틀 내리 상승하면서 지난달 13일 1,287.40원에 마감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가리켰다.
◆ 고점 높아질 듯 = 그동안 소외됐던 달러/엔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재등장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130엔대로 올라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달러/원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역외세력의 매매동향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의 급등과 함께 역외세력에서 적극적으로 끌어당겼으며 물량공급이 많지 않았다"며 "환율이 오를 때 큰 물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일단 추가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 초점은 달러/엔에 맞춰진 상태이며 달러/엔이 옵션매물을 뚫고 올라간 상태라 쉽게 내려서진 않을 것"이라며 "다시 역외세력의 매매동향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달러/엔 방향이 정해졌다"며 "역외매수세가 다시 재개된다면 다음주 거래는 1,275∼1,295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당국의 의지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국이 일단 1,280원대를 가장 좋은 레벨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달러/엔이란 변수에 맞춰 어떤 액션을 보일 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엔화 약세 수면 부상 = 환율의 적극적인 오름폭 확대를 자극한 것은 127엔대로 훌쩍 튀어오른 달러/엔 환율. 전날 뉴욕에서 126.02엔에 마감한 바 있는 달러/엔은 오후장 들어 3년중 처음으로 127엔을 넘어서면서 최고치 경신 행진을 펼쳤다.
달러/엔은 지난 4월의 연중 고점인 126.80엔의 저항을 물리치고 한때 127.50엔대까지 적극적으로 올라 지난 98년 10월 7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일본 경제 지표의 악화 등으로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멀어지고 일본 정부의 엔 약세 지지가 노골화된 한편 해외거래자들의 달러매수세가 촉발된 점이 엔화를 끌어내렸다.
시오카와 일본 재무상은 이날 "일본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엔화가치가 내리고 있다"고 말해 엔 약세를 저지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시장 거래자들은 엔화가 약세 국면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으며 추가적으로 130엔을 향해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역외세력도 달러/엔의 상승세에 보조를 맞춰 1,280원을 넘어서면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 고점을 계속 높였다.
달러/엔의 이같은 급등에 맞서 은행권에서 보유물량을 덜어내고 최근 중소기업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대상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프라이머리 CBO) 대금이 공급되면서 상승속도를 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엔 역부족이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NDF환율이 사흘만에 반등하면서 1,280.50/1,282.50원에 마감된 것을 반영, 개장가는 전날보다 2.40원 높은 1,277원에 형성됐다.
개장직후 환율은 1,278원으로 오른 뒤 이내 반락, 10시 10분경 이날 저점인 1,276.80원까지 내려섰다. 이후 환율은 일시적으로 1,276원선 후반을 기록한 외에는 대체로 1,277원선을 거닌 끝에 1,277.1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후 들어 달러/엔의 급등이 이뤄지면서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오른 1,277.3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엔화 약세 진전과 함께 1시 46분경 1,280원을 뚫고 올라섰다. 이후에도 3년중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서는 달러/엔을 반영, 2시 25분경 이날 고점인 1,285.50원까지 올랐다.
이후 환율은 대기매물에 되밀리며 3시 3분경 1,282.50원까지 내려선 뒤 주로 1,283∼1,284원 근방을 거닐다가 마감 10여분을 앞두고 강한 매수세가 유입, 4시 27분경 1,286.10원까지 올랐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022억원, 78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 사흘만에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환율 상승을 거들었다. 증시도 10포인트 이상 하락, 달러 매수세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장중 고점은 1,286.10원으로 지난달 14일 1,286.50원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저점은 1,276.80원으로 장중 9.30원의 진폭을 가리켰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2,2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3,5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2,050달러, 2억1,950달러 거래됐다. 15일 기준환율은 1,281.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