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딜러들이 신사협정을 맺었다. 초(秒)단위로 엄청난 손익이 왔다갔다하는 전쟁터에서의 평화협정이다. '비밀을 준수해야 하고 허위정보나 소문을 유포해선 안된다', 심지어 '도박이나 약물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16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13일 은행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서울 외환시장 행동규범'을 의결했다. 이 규범은 외환거래의 사고를 예방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딜러들의 행동준칙을 담았다. 협의회 박형재 간사(국민은행 외환시장팀장)는 "뉴욕 런던 등 주요 외환시장마다 이런 규범으로 자율규제한다"며 "세계딜러협회 표준모델과 각 금융회사의 내부규정을 토대로 여러차례 토론을 거쳐 통일된 규범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규범은 딜러들의 의무로 △비밀 유지 △허위정보.소문 유포 금지 △개인계좌 거래 금지 △범죄행위.돈세탁 거래 방지 △향응.선물 기준 준수 △도박, 약물.알콜 남용 금지 등을 담았다. 딜러들이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하다 보면 유혹에 빠질 위험이 큰 만큼 '해서는 안될 일'도 일일이 열거했다. 또 외환거래시 거래조건의 문서화, 거래 대화내용 녹음, 실수로 잘못 거래된 '스터핑'(stuffing)은 즉시 보고 등을 제시했다. 시장가격이 아닌 거래는 손익은폐나 사기 등으로 악용될 수 있어 원칙적으로 금지케 했다. 씨티은행 이범영 상무는 "내부자거래 등 위법.위규행위를 한 딜러는 '즉시 해고' 사유가 된다"며 "행동규범이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외환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 멤버이기도 한 한은 이상헌 국제국장은 "만시지탄의 의미가 있지만 하루 1백억달러가 거래되는 서울 외환시장이 질적으로 성숙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