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을 조정할 때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민원 챙기기' 시비가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국회 예결위 예산조정소위는 12일 정부가 제출한 총 1백12조5천8백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항목별 계수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소위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출신 지역 및 이익단체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해 가뜩이나 시간에 쫓겨 '날림작업'이 예상되는 예산 조정이 혼선을 빚고 있다. 광주 출신의 민주당 예결위 간사 강운태 의원은 이날 "광주 시민들이 지구당사에 몰려와 도청 이전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요구하며 농성중"이라 전하고 "한국통신과 같은 공기업의 광주지역 유치 등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이전사업비 4백50억원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배기선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광주도심 공동화(空洞化) 등 도청 이전에 따른 후속 대책을 정부측에 강도 높게 주문했다.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인 김학송 의원은 "현재 경남 삼랑진까지만 추진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를 마산이나 창원 또는 진주까지 확장해야 한다"며 설계변경 검토를 위한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충청지역 출신 의원들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예산의 지역편중 문제를 들고 나왔다. 지역구가 충남 아산인 자민련 원철희 의원과 대전 출신 박병석 의원은 "대전~당진간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충남도는 당초 2천3백억원을 요구했지만 내년 예산에 4백억원밖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1천9백억원 증액 배정을 촉구했다. 의사 출신의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내년에 월드컵 등 국제대회가 많아 전국 사창가 및 유흥가에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예산에 에이즈 대책비 10억원을 배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밖에 민주당 장영달(전북 전주·완산) 의원은 김제 신공항 관련 예산(1백73억원),한나라당 윤경식(충북 청주·흥덕) 의원은 청주~오창간 국도4차선 확·포장사업 관련예산(72억원)의 삭감 없는 '원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