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對) 테러전쟁의 확대를 시사하는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군 관리들이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연계된 단체가 있는 소말리아에 잠입해 반군 세력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소말리아가 대 테러전쟁의 다음 목표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소말리아의 반군 라한웨인 저항군(RRA)은 지난 9일 미군 관리들이 수도 모가디슈에서 250km 가량 떨어진 바이도아에서 RRA 지도부와 회동했다고 11일 밝혔다. 구호단체 및 민병대 소식통들도 미군 관계자들이 지난 9일 RRA가 점령하고 있는 바이도아를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케냐 나이로비의 한 구호단체 요원은 "사복을 입은 미군 10명이 바이도아에 도착해 현지 관계자들을 만난 뒤 떠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호단체 요원은 지난 9일 에티오피아 군인 2명이 미군과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차량을 이용해 바이도아를 찾았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미군 5명이 테러캠프를 찾아내기 위해 바이도아를 비밀리에 방문, 반군 세력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군이 RRA 지도부와 회동했으며 공항과 군 기지를 둘러봤다고 전했다. RRA는 에티오피아에서 조직된 소말리아 무장단체 연합에 속해 있으며 반군 세력들은 소말리아 과도국민정부(TNG)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소말리아의 일부 개인 및 단체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으며 소말리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인 알-이티하드는 미국의 국제테러관련조직 명단에 올라있다. 이와 관련 소말리아 과도국민정부의 하산 압시르 파라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소말리아에는 테러캠프가 없으며 소말리아를 공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폴 윌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알 카에다 조직원들의 도주로와 피난처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윌포위츠 부장관은 또 "사람들이 명백한 이유를 갖고 소말리아를 언급한다고 생각한다"며 "소말리아에는 사실상 정부가 없으며 알 카에다 조직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말해 확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 7일 월터 칸슈타이너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는 부시 행정부가 알 카에다와 알-이티하드의 연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칸슈타이너 차관보는 또 미국은 소말리아에는 강력한 중앙정부가 없어 테러범들에게 매력적인 기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과도국민정부내 인사들이 알-이티하드와 관련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칸슈타이너 차관보는 그러나 미국이 소말리아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으며 미군 주도의 동맹국 소속 선박들이 인근 해역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2년 미국은 구호물자 수송을 보호하기 위해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견했으나 1993년말 미군 18명이 살해되자 철수했다. 소말리아는 독재자 모하메드 시아드 바르가 축출된 뒤 10년간의 내전을 겪고 있으며 오는 13일 각 세력들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회담을 열 예정이다. (나이로비.모가디슈 AP.AFP=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