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젠트증권이 일은증권을 흡수·합병키로 한 것은 예정된 수순에 따른 일이다. 그러나 회사 실무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데다 일은증권측 노조의 반발 등으로 합병까지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내 증권사끼리의 합병은 현 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이 삼보증권을 합병했던 지난 83년 12월 이후 18년만이다. ◇합병배경=리젠트증권의 일은증권에 대한 출자 승인 조건상 연내 합병은 불가피했다. 리젠트는 금감위로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 합병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출자 승인을 받았다. 약속시한이 다가온 데다 증권업계 구조조정을 바라고 있는 금감위의 '재촉'이 전격적인 합병결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금보험공사는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측이 일은증권 지분(51%)을 인수하지 않자 리젠트증권과 대주주측(KOL)에 지분을 매각했었다. ◇합병회사의 위상=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말을 기준으로 리젠트의 시장점유율은 0.53%,일은증권은 0.87% 정도로 추정된다. 두 회사를 합치면 시장점율은 1.4% 가량에 이른다. 합병회사의 자본금은 1천1백57억원으로 KOL측이 35%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 리젠트의 지분은 KOL의 자회사인 알피지엘리미티드와 코리안온라인라부안리미티드가 37.76%와 15.04%를 갖고 있다. 일은증권의 경우 SWKOL 29.20%,리젠트증권 19.60%,SWIB(위스콘신연기금) 6.00% 등이다. 합병후 회사명은 일단 리젠트증권으로 정해졌으나 내년초 사명변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 반응=메리츠증권 구경회 연구위원은 "리젠트의 대주주가 사실상 일은증권의 대주주이고 두 회사를 합쳐도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합병에 따른 현실적인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다만 증권업계 구조조정 등 자율적인 재편을 내심 바라고 있는 금감위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 입장=지난 7일 현재 리젠트 주가는 2천6백80원,일은증권은 7천6백원이다. 그러나 매수가격은 각각 2천3백53원과 6천8백13원으로 현재 주가 수준 보다 낮다. 매수가격이 과거 1주∼3개월간의 가중 평균가격으로 산출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현대증권 조병문 수석연구원은 "매수 청구 가격이 현재 주가 보다 낮기 때문에 주가재료로서의 합병효과는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