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개성 입힌 채색의 세계 .. '채색의 숨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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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화는 고려불화 조선시대민화 무속화 등을 통해 우리 민족의 생활감정과 미감을 반영해 온 장르.수묵화와 더불어 우리 미술이 추구해야 할 전통 회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20세기 채색회화의 맥락과 성과를 짚어보는 "채색의 숨결-그 아름다움과 힘"전이 14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채색 전통을 이으면서 다양한 실험과 특유의 개성을 일궈낸 박생광 박래현 천경자 이화자 정종미 김선두 등 채색화가 6명의 평면작 50여점을 내놓는다.
가나아트센터측은 "한국 채색화가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재료나 표현방식에 있는게 아니라 전통정신 자체의 상실"이었다며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가들은 주제와 조형양식에서 독창성을 일구어 20세기 우리의 미감과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화업을 이룬 작가들"이라고 설명한다.
박생광(1904~1985),박래현(1920~1975),천경자(77)가 이미 미술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대가들이라면 이화자 정종미 김선두는 한창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제1전시장에는 1950년대부터 비교돼 온 박래현과 천경자의 작품을,제2전시장에는 이화자 정종미 김선두의 작품을 전시하고 제3전시장은 박생광 특별전으로 꾸몄다.
70세가 넘은 1980년대 중반에야 화풍을 이룬 박생광은 한국채색화단의 독보적 존재다.
그는 지난 1월 한 월간미술지가 미술평론가 큐레이터 21명을 대상으로 1950년대 이후 한국의 대표작가를 선정하는 설문조사에서 박수근 이중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민중의 애환과 정서를 담은 무속화,일본제국의 군대에 무참하게 살해당한 명성황후 등 민족의 삶을 채색화를 통해 복원해 내 전통채색화를 새로운 단계로 비약시켰다는 평을 얻고 있다.
'혜초스님' '명성황후'를 비롯해 걸작으로 평가받는 '무속도'시리즈 등의 작품을 남겼다.
운보 김기창과 결혼해 평생을 화업 동반자로 지낸 우향 박래현은 서양의 조형론과 회화이론을 수용한 작가다.
채색화의 평면과 반추상을 결합해 독자적인 시도를 하다가 60년대 중반부터 완전 추상단계에 이르렀다.
그의 70년대 작품들은 먹의 번짐과 노랑 빨강 검정의 색채대비를 통해 전통 미감에 바탕을 둔 조형성과 정신세계를 보여줬다.
천경자는 탁월한 직관을 바탕으로 현대 채색화의 또다른 일가를 이룬 작가다.
아름답지만 다소 퇴폐적인 분위기의 여인 꽃 동물 등을 소재로 자극적인 색채와 패턴을 사용해 채색의 전통을 서양 유화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조선조 화원기법의 마지막 전수자인 조중현으로부터 사사한 이화자는 문양과 불화의 전통적 요소들을 분석 추출해 자신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몽유도원도'와 '행'시리즈를 각각 선보이는 정종미와 김선두는 장지기법으로 독특한 색채감각 및 체계를 발견해나가는 40대 중반의 작가들이다.
내년 1월27일까지.(02)720-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