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증시·외국인 압박, "줄다리기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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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하루걸러 하락했다. 지난달 29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하락과 상승의 엇갈린 교차행보는 어김없이 반복됐으며 장중 손절매에 따른 부침이 많았다.
주가가 38포인트 이상 폭등, 연중최고치를 경신하고 외국인이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대규모 주식순매수를 기록했음에도 낙폭은 크지 않았다. 증시와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렸으나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셈.
일부 시중은행이 하이닉스 관련 충당금수요를 빌미로 달러매수(롱) 플레이를 펼쳤다. 제반 여건이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공급이 우위였음에도 일방적인 급락을 방어했다.
충당금수요와 증시 동향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에서 물량 부담은 여전히 하락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이며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레인지 장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세를 아래쪽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려 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10원 내린 1,271원에 마감했다.
◆ 추세는 하향, 충당금수요가 걸림돌 = 증시나 외국인 주식자금에 맞서 충당금수요는 다음날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지표 다음에 수급상황이 반영돼야 환율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충당금 수요가 일단 마무리되는 시점이 환율 추가 하락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1억달러 이상 공급이 우위였으나 하이닉스와 관련한 매수가 상당부분 유입됐다"며 "최근 장세는 트렌드보다는 레인지에 갇혀 있기 때문에 실수가 동반된 흐름이 이뤄져야 추가 하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이 엷기 때문에 내일도 1,270원을 두고 왕복달리기가 이뤄져 1,266∼1,273원 범위를 예상한다"며 "외국인 주식자금에 대한 부담감이 있으나 충당금수요가 끝나고 나서야 1,265원 밑을 깨기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내일도 충당금수요가 있지만 외국인 주식자금이 나올 것을 생각하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확실히 매수보다는 매도세력이 강한 장세며 추세는 아래쪽이 맞다"고 전망했다.
◆ 하락 여건 우세 = 증시 등을 감안한 시장 제반 여건은 하락으로 기울어 있었으며 공급이 수요를 앞섰다. 다만 하이닉스관련 충당금수요에 기댄 일부 시중은행의 달러매수초과(롱) 상태가 맞섰다.
이날 역외선물환(NDF)정산 관련 역내 매물이 2억달러 이상으로 알려졌으나 역외에서 오전중 일부 매수하다가 오후에는 매도세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는 6일로 예정된 하이닉스반도체 관련 출자전환일까지 일부 시중은행권의 수요가 꾸준하게 물량을 거둬가 증시를 믿고 매도에 나서려는 세력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이날 주가지수는 연중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며 전날보다 38.41포인트, 5.91% 폭등한 688.31로 마감했다. 외국인도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020억원, 302억원을 순매수, 지난달 26일 3,044억원 이후 가장 순매수규모가 컸다.
이처럼 증시 동향이 환율 하락의 제반 여건을 강조했지만 시장은 의외로 견고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과 맞물린 증시 동향과 외국인 주식자금의 공급을 감안하면 당분간 하락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60원 내린 1,273.50원에 출발한 환율은 낙폭을 키우면서 10시 10분경 1,271원으로 내렸다. 그러나 충당금수요 등의 매수세가 추가 하락을 막은 채 한동안 1,271원선에서 수급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진 끝에 1,271.7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오전중 환율은 주로 1,271원선을 주무대로 진폭은 2.50원에 불과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70원 낮은 1,271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70.80원으로 내린 뒤 반등을 거쳐 1시 43분경 1,270.50원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1,270∼1,271원 언저리에서 맴돌던 환율은 물량 공급으로 2시 29분경 1,269.50원으로 저점을 내린 뒤 1,272.10원까지 반등하는 등 1,270원대 버티기가 진행됐다.
그러나 증시 등 주변여건에 맞춘 달러되팔기가 나오면서 환율은 4시 8분경 1,268.70원으로 저점을 경신했다가 반등하면서 1,271원까지 도달하며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73.50원, 저점은 1,268.70원으로 변동폭은 4.80원.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7,0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1,17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2,200달러, 8,690달러가 거래됐다. 6일 기준환율은 1,271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 증권은 한국 수출입 실적이 이미 바닥을 통과했으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달 수출이 전달에 비해 감소폭이 줄었고 △무역흑자가 늘어난데다 △무역실적의 선행지표인 미국의 신규수주가 최근 회복세가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