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 5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 불출석한데 이어 오후 한나라당이 신 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자 검찰은 '올 것이 왔다'며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야당이 시한을 두고 총장의 국회 출석을 종용해왔지만 곧장 탄핵안 제출을 감행한 것에 대해선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탄핵절차는 최악의 경우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총장이 탄핵사유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하지 않은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정면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장은 이날 오전 9시5분 청사로 출근한 뒤 곧바로 확대간부회의를 소집, 국회 불출석 입장을 재차 천명하고 향후 검찰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으나 탄핵안이 제출된 오후에는 집무실에서 두문불출했다. 오전 회의에서 신 총장은 국회 불출석 경위와 답변서 제출에 대해 설명한 뒤 "정치권과 관계없이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생각하며 모든 검사들이 일치단결해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총장의 국회 불출석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시시각각 전달되면서 정진규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중심으로 한 실무간부들은 야당의 탄핵안 제출과 검찰의 법적대응방침 등을 차례로 보고했고, 대검 간부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응책을 숙의하는등 술렁이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선 검사들 역시 오전에는 총장의 국회 불출석, 오후에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움직임에 따라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검사들은 신 총장이 지난달부터 강경한 불출석 입장을 고수해온만큼 대부분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총장 탄핵안 발의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더 떨어뜨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총장이 국회에 출석할 경우 의원들의 무차별한 정치적공세에 휘둘릴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하지만 야당이 국민적 여론을 앞세워 탄핵안을 제출한 만큼 검찰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검사는 "야당이 탄핵까지 감행한 것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야당이 탄핵사유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까 시한을 정해놓고 사퇴하라고 한 뒤 탄핵사유에 국회불출석을 추가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검찰이 법사위에 제출한 `증인출석요구에 대한 답변서'는 최근 며칠간 신 총장과 대검 간부의 의견을 모아 작성됐으며, 각종 게이트수사의 축소.은폐의혹을 의식, 최대한 겸양의 어조로 작성했다는 것이 실무 검사들의 전언이다. 대검의 과장급 간부는 "입법부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최대한 성의를 다했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