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은 지난 97년 12월 당시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IMF의 대기성차관협약 양해각서에 서명한지 4년이 되는 날이다. 외환위기로 연쇄부도 사태가 번지면서 동신제약과 보오미거울도 이듬해 부도를 냈다. 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어려움를 딛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보오미거울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 깨진 거울에서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거울이 된 기업. 경기도 파주에 있는 거울제조업체 보오미거울(대표 이용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회사는 IMF 관리체제로 엄청난 빚을 지고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났다. 전직원이 4년간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말이 쉽지 부도기업이라는 멍에를 떨쳐버리기까지는 피눈물의 세월이 숨어 있다. '보오미'란 브랜드로 잘 알려진 보오미거울은 한국이 IMF 체제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잘 나가는 기업이었다. 매년 20%씩 매출이 늘어나는 등 거울 하나로 지난 97년 1백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IMF 체제는 모든 걸 바꿔 놓았다. 받을 어음 22억원이 하루만에 휴짓조각이 됐다. 회사로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이듬해 1월 부도를 내고 말았다. "부도가 나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자살도 생각한 이 사장은 속옷 다섯벌과 트레이닝복 한벌을 챙겨들고 공장 숙직실로 들어갔다.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게 없다는 생각에 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 이 사장은 우선 모아둔 개인 재산을 모두 털어 어느정도 빚을 갚았다.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보너스 지급도 중단했다. 근로자들도 발벗고 나섰다. 고장난 기계는 밤을 새면서 고쳐 놓았다. 고품질의 거울을 만들기 위해 장갑을 끼지 않고 작업했다. 근로자들의 손은 상처투성이가 됐다. 화의에 들어간 보오미거울은 기술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98년 감전없이 습기제거가 가능한 '크롬거울'을 개발했다. 크롬거울은 이듬해부터 일본에 연간 20억원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수출도 시작했다. 전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보오미거울은 지난 7월 부도 3년6개월 만에 화의에서 졸업했다. 이날 전 직원들이 모여 간단히 회식을 했다. 모두들 어깨를 감싸며 눈물을 흘렸다. 보오미거울은 98년 한해만 적자를 내고 매년 흑자를 냈다. 올해는 매출 1백30억원에 10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이 사장은 "장인정신으로 거울 만드는 데만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