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지출 대비 신용카드 구매비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한국 카드시장이 정상궤도로 순항하고 있음을 뜻한다. 카드시장의 급성장이 현금서비스의 비정상적 팽창에 의존하고 있다는 그간의 우려도 다소나마 씻어낼 수 있게 됐다. 또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신용사회가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려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현황=신용카드구매비율은 2분기에 처음으로 50%를 넘어선데 이어 3분기에는 58.2%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8년에만 해도 이 비율은 12.7%에 머물렀으나 불과 3년사이에 4배이상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4분기에는 이 비율이 60%선을 크게 웃돌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이 5~15%대임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치이다. 금액상으로도 증가추세는 괄목할 만하다. 98년 30조원 선을 나타냈던 신용구매금액이 올해는 9월까지만해도 1백15조원에 달해 1백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연말까지는 1백6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따라 카드사들의 이익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비씨 LG 삼성 등 7개 카드사의 올9월까지 순이익은 1조5천억원에 달해 약9천억원의 이익을 남겼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이상 늘어났다. 배경=그간 현금 사용이 그만큼 많았던데 따른 영향이 크다. 미국의 경우 개인수표가 지불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유럽이나 호주에서는 신용카드대신 직불카드가 주로 이용된다. 카드사들이 많은 혜택을 부여하자 현금대신 카드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과세표준을 양성화하고 세무부조리를 차단하기 위해 카드사용을 적극 장려해온 정부정책도 큰기여를 했다. 지난 99년 9월부터 카드사용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했으며 올해부터는 카드영수증 복권제도도 시행중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더 걷힌 세금 7조원중 2조~3조원이 카드사용증가로 이뤄졌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카드회사들의 마케팅도 돋보인다. 지나친 과당경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카드사들은 철저한 고객지향의 서비스와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그 결과 "신용카드에 관한한 한국 1등이 세계 1등"이라는 외국에서의 평가가 나올 정도다. 비자코리아 김영종사장은 "70~80년대 한국에 신용카드가 본격도입될 때부터 선진기법이 소개돼 큰 시행착오 없이 호황기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망과 과제=카드사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50%에 도달했다는 것은 아직 50%의 시장이 남았다는 뜻"(비씨카드 이명호과장)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외환카드 김상철사장은 "카드시장이 앞으로 3년동안 30%정도의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몬덱스코리아 김근배사장도 "신용카드가 소비생활의 중심자리를 오래동안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시장의 지속성장을 위해선 선결과제도 많다. 과다한 실적경쟁이나 수수료문제 등 어느것하나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중심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당국의 정책결정은 대부분 주먹구구식이라는 평가다. 길거리모집 규제,신규진입허용,수수료문제등 정부정책은 어느 것하나 마찰음을 내지 않는 것이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감독기관인 금감원에 카드전문가라고 할만한 관료가 손에 꼽을 정도이며 학계도 사정이 비슷하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금감원출범시점인 2000년 이전의 업계현황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경영정보실 정민주팀장)고 말할 정도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