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업계에 '키퍼(Keeper)효과' 논란이 일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가 위조방지용 캡을 장착해 최근 선보인 '임페리얼 키퍼'의 매출이 늘어난 것을 놓고 업계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진로측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임페리얼 키퍼 덕분에 이 제품 출시 첫달인 10월 회사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딤플'을 생산하고 있는 하이스코트는 "위조방지용 캡을 씌우면 위스키가 병에서 잘 흘러나오지 않는 단점이 있다"며 "지난달 매출이 증가한 것은 단기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룸살롱업주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이에대해 주류전문가들은 "임페리얼 키퍼가 출시되면서 촉발된 이번 논쟁은 위스키소비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있느냐,룸살롱 업주에게 있느냐를 둘러싼 해석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소비자의 힘이 세다=진로발렌타인스와 씨그램코리아가 이쪽에 속한다. 진로측은 신제품의 매출증대를 근거로 내세운다. 임페리얼 키퍼는 지난 10월중 전달보다 13%이상 늘어난 6만8천1백31상자(9ℓ짜리 기준)가 팔려나갔다. 점유율은 3%포인트 정도 늘어난 26.6%. 진로측 관계자는 "그동안은 위스키의 80%이상이 팔려나가는 룸살롱 업주들의 입맛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되는 경향이 컸지만 최근에는 고객들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요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씨그램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12년산 윈저에 연간 60억원이상의 지면광고비를 쏟아붓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켜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아직은 룸살롱이다=하이스코트가 대표적이다. "위조방지용 캡을 씌운 제품의 경우 손님들이 취한 틈을 타 위스키를 쏟아버리는 행위 등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업소에서 취급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서울 북창동을 비롯한 일부 유흥가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 하이스코트 관계자는 "임페리얼 키퍼의 성공여부는 최소 4∼5개월은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도파=위조방지 캡이 장착된 5백㎖짜리 'J&B Jet'로 최근 룸살롱 공략을 시작한 수석무역은 중도적인 입장이다. 룸살롱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UDV본사에서 위조방지 캡을 떼어낸 제품을 수입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위조방지 캡이 없는 제품이 업소 관계자들에게는 인기가 있겠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득실을 따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