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지난 1980년대 미국과 영국의 민간세균연구소에 탄저균 배양종자를 주문했으며, 실제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대(對) 이라크 무기사찰을 담당했던 유엔 관리들과 연구소 관계자들의말을 인용, 이같이 전하면서 이라크가 구입하려 했던 탄저균 종자 중에는 이번에 미국을 겨냥한 탄저 테러에 사용된 것과 같은 균종인 `아메스' 종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이라크 생화학자인 나시르 힌다위안드와 압둘 라흐만 타메르는 1988년 8월 영국 윈체스터에서 열린 한 과학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포튼 다운에 있는 생화학전 연구센터와 접촉해 탄저균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아메스 세균 종자를얻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라크 통상부는 생화학전 연구센터에 텔렉스로 주문을 하기도 했는데 영국 과학자들은 용도를 수상쩍게 여겨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는 1980년대 초반 미 육군전염병연구소(USAMRIID)에서 아메스 균종을 얻었다. 유엔의 대 이라크 생화학사찰단을 이끌었던 미생물학자 리처드 스페첼은 "이라크가 아메스 탄저균을 확보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그들이 세계 여러 곳의 연구소에서 이를 얻으려 한 정황은 곳곳에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과학자들은 1988년 영국계 생화학기업 옥소이드에서 탄저균 및 보툴리누스균을 배양할 수 있는 40t의 매개 물질을 구입했다고 유엔 관리들은 증언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그들이 얻은 것은 동물 백신에 사용되는 슈테른 균종과 프랑스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만든 A-3 균종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라크측에 세균 종자 또는 배양 물질을 팔았던 생화학 연구소나 업체 관계자들은 1980년대만 해도 지금처럼 이라크가 서방측에 적대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세균 배양종자 구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과학자들이 순수하게 의료상 목적에서 세균을 구입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말이다. 1991년 생화학무기 사찰에서 이라크의 유명한 여성 세균학자 리하브 타하는 냉동 건조된 탄저균 포자가 든 약병을 사찰단에 보여줬다. 그 병에는 볼룸 균종이라는탄저균 변종 세균이 들어 있었는데 이라크는 당시 이 세균을 무기화하지 않았다고주장했다. 이라크가 보유한 볼룸 균종은 바로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민간 세균은행에서구입한 것이었다. 나중에 드러난 이라크측 문서는 50개 이상의 미사일 탄두에 볼룸균종 포자가 들어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미국 회사들은 또 이라크에 치명적인 식중독 균인 보툴리누스 균의 변종 클로스트리디움보툴리눔 종자도 팔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라크는 최소한 116개의 폭탄이나 미사일 탄두에 넣을 수 있는 보툴리누스균 1만9천ℓ를 배양했음을 인정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