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전쟁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주민 800만-900만명이 굶어죽기 직전의 비참한 지경에 처해 있다고 아프간 서부 헤라트 이스마일 칸 신임 주지사가 20일 밝혔다. 탈레반 정권 퇴각 후 헤라트 주지사직을 되찾은 반탈레반 전사 출신 이스마일칸은 이날 아프간 여성들과의 모임에서 지난 1996년 이래 탈레반과의 내전으로 "최소 1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800만-900만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칸 주지사는 "탈레반 치하에서 여러분도 우리 군사들 이상으로 고통을 겪었다"면서 "가뭄이 아프가니스탄을 휩쓴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같은 우리 인접국들은 어떻게 기아로 죽어가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국제 비정부단체들은 혹한의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아프간 주민 약 500만-600만명이 위험에 처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직 탈레반 군사정권이 점령중인 아프간 남부 국경지대에서도 미군 주도의 공습을 피해 고향의 집을 떠난 아프간 주민 수만명이 거대한 난민촌을 이루고 있다. 남부 국경마을인 스핀 볼다크 외곽에는 하얀 텐트들이 쭉 늘어서 있고, 거리는완전 황무지로 변했다. 이 난민촌을 방문한 외국 기자들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난민들이 미군 주도의공습을 중단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난민촌을 돌보고 있는 탈레반 외무부의 한 관리는 "현재 여기에 1천500개의난민 텐트가 있으며, 더 많은 난민들이 텐트 조차 없이 노상에서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한 70대 노인은 "밤낮으로 이어지는 폭격에서 살아남기위해 피란길에 올랐다"면서 미군은 무고한 여성과 어린이 등 주민들이 아닌 탈레반에 총구를 겨눠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위한 회의가 20일 워싱턴에서 개막한 데 이어 오는27-29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도 세계은행 후원으로 또 다른 아프간 재건 회의가 열린다고 미 국무부 마이클 매킨리 난민 담당 부차관보가 20일 밝혔다. 미국과 일본 공동 주최로 20일 열린 워싱턴 회의에는 전세계 22개국 정부 대표가 참석, 아프가니스탄의 재건문제를 논의한다. 매킨리 부차관보는 또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약속한 원조금 3억2천만달러중 1억5천만달러를 이미 내놓았다고 밝혔다. (헤라트.모스크바 AF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