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의 반대말은?""죽은토끼,판토끼,알카리토끼,키토산!" 모 광고회사가 신입사원 채용때 순발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냈다는 유명한 문제다. 광고계에선 흔히 순발력이 개인의 아이디어 능력을 재는 잣대로 사용된다. 짧은 시간내에 남들이 생각지 못한 재치를 발휘할수 있느냐를 중요한 자질로 보고 있는 것이다. 광고 아이디어는 제품의 특성과 장점을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시켜 유용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잠재욕구와 소비자 주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 멜 깁슨이 광고쟁이로 등장한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 그는 여성용품 광고아이디어를 내기 앞서 스타킹과 립스틱을 사용하거나 다리의 털을 깎아본다. 여자의 심리를 이해할 요량에서다. 광고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욕구속에서 건져낼 때만 공감을 줄 수 있으며 따라서 살아있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실제 광고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빨리빨리"가 미덕이자 실력으로 여겨지는 대한민국에선 더욱 그렇다. 소비자 지향적인 기본이나 원칙을 지키며 일하기엔 우선 광고주로부터 주문받는 제작기일이 항상 촉박하다. 쫓기듯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일상화되다보면 산 경험은 커녕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영화,독서,여행,장보기 등을 할 여유가 없다. 심지어는 TV광고를 시청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아는 듯한 순발력의 발휘가 광고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처럼 인정되고 당연한 것으로 합리화되곤 한다. 또 광고주도 그런 광고인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도 소비자는 냉정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순발력만으로 콩튀기듯 만들어 낸 아이디어는 광고주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지 몰라도 소비자에겐 결코 공감이나 만족을 얻을 수 없다. 기발하되 푹 익은 광고아이디어들이 세상에 넘치는 날을 위해 (광고)주님께 기원드린다. "쓰시는 김에 시간 좀 미리미리 팍팍 쓰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