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대학수학 능력시험 성적이 지난해보다 무려 60점 이상 떨어지고 점수대별로 최고 85점까지도 떨어져 수능 난이도 조절의 대실패가 확실시되고 있다. 한완상(韓完相 )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9일 오전 국회에서 "시험을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아픔과 책임을 통감하며 이 모두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인정했다. 출제당국은 16∼37점 떨어진다고 했지만 시험당일은 40∼50점 하락이 예상됐고 다음날은 50∼60점, 입시기관 가채점 결과는 60∼65점 이상이었다. 특히 중위권은 최대 85점 하락했으며 수험생들이 어려운 문제에 고전하다 시간에 쫓겨 무작정 '찍기'를 하는 바람에 자신이 어떤 답을 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낙폭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난이도 실패의 핵심은 결국 "올해 수험생들의 학업수준을 그다지 감안하지않고 '수능시험의 항상성' 유지에 비중을 뒀다"고 밝힌 출제당국의 원칙에서 비롯된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입시기관 관계자는 "이번 수능은 60점 정도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문제 자체의 난이도는 지난해보다 40점 하락 수준으로 출제당국의 난이도 예상이 얼추 맞았다"면서 "그러나 출제당국이 현재 수험생의 학력수준을 간과해 20점 이상 추가 하락이 일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교육개혁 1세대', '이해찬 1세대'로 불리는 1983년생 고교 3년의 학력 수준이 '단군 이래 최저'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 현재 고3학생들이 중3이던 98년 "2002학년도 대입은 '무시험 전형'"이라는 성급한 정책발표 이후 시험을 안봐도 대학에 갈 수 있고 한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 학력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97년부터 2000년까지 사설기관이 시행하는 모의고사 응시횟수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올해부터 전면 금지돼 학업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자율학습과 보충수업도 폐지됐고 대신 99년부터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이 실시됐으나 올해초부터 일부 학과목 수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일부 완화됐다. 고3학생들이 학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지난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와 시도 교육청의 학력평가였으나 이 결과 고3학생들의성적이 재수생보다 최고 30점에서 10여점까지 차이나는 실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희수(安希洙) 출제위원장은 난이도 조절 실패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수험생의 학력수준은 대학 진학이후의 수학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므로 이번 학년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에 맞춰 시험문제를 무작정 쉽게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 K씨는 "취지가 좋았더라도 이런 핵폭탄급 충격은 결국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외면하고 사교육 시장에 눈을 돌리게 하며, 수능의 비중을 줄인다는 교육부의 정책 근간을 뒤흔드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