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양측 대표단은 9일 제6차 남북 장관급회담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이번 회담의 내용과 성격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시종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김령성 북측 단장은 그동안 세련된 매너와 수려한 화술, 여유있는 표정으로 남측에 심어놓은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시종일관 긴장되고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단장은 남측 대표단이 금강산여관에 도착한 8일 오후 정전이 되자 환담을 나누는 도중인데도 당황스러움이 낯빛에서 떠나지 않았고 환영만찬에 앞서 식당문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담당자에게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이날 만찬에서 홍 수석대표가 지난 5차 장관급회담 당시 창덕궁에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건네며 포장을 풀어보라고 권했지만 김 단장이 포장을 뜯지 않는 바람에 홍 수석대표가 직접 열어보이는 등 부자연스런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 단장의 표정은 9일 오전 첫 전체회의에서 더욱 어두워졌다. 회담장에 들어서면서도 여유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고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을 떠날 때에도 상기된 표정을 이어갔다. 홍 수석대표도 표정에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홍 수석대표는 8일 설봉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은 자칫 비판과 성토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라며 "40년간의 외교관 생활에서 가장 힘든 협상이 될 것 같다"고 이번 회담에 임하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홍 수석대표는 이날 저녁 금강산여관의 정전으로 인해 숙소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다소 허탈해하는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환영만찬 때 남북 양측 수석대표는 나란히 앉아 환담을 나눴지만 홍 수석대표의 경우 간간이 혼자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고 김 단장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남측의 비상경계조치에 대해 남북의 입장차이가 큰데다 테러정세에 대한 견해차이를 줄이는 것이 이번 회담의 성격(이지 않느냐)"이라며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낙관적인 표정을 보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남북 양측 수석대표들은 회담 분위기를 깨지 않기위해 말을 아끼는 등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 양측 수석대표는 비상경계조치를 소재로 공방을 벌인 첫 전체회의를 마친뒤 회담 내용과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며 "이제 시작"이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또다른 남측 회담 관계자는 "남북간 대화 채널을 깨지 않고 화해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서로에게 할 말을 해야하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대표들에게는 어려운 회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