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와 고독을 초월해 새처럼 훨훨 날고자 했던 조각가 김정숙(1917-1991)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10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자라나는 날개 : 김정숙 10주기'전을 열어 등유작들을 전시한다. 그의 조각 양식과 재료로 현대조각의 발전사를 한 자락 살펴보자는 취지도 담겼다. 김정숙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따라다닐 만큼 한국 조각사에서 큼직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다. 최초의 여성 조각가, 최초의 미국유학, 최초의 용접기법 사용 등이 그의 선구적 삶과 예술세계를 웅변한다. 1952년 홍익대를 졸업한 그는 김영중, 민복진, 전뢰진, 김찬식, 최기원과 더불어 윤효중 문하에서 조각을 배웠다. 김정숙은 한국전쟁 이후 미술계가 배출한 1세대작가로 추상조각에서는 김종영과 쌍벽을 이뤘다. 보수적 사회여건과 힘을 요구하는 작업적 특성때문에 당시로서는 여성이 조각에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1955년 미시시피 대학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미국유학을 할 만큼 조각에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다. 헨리무어 등 세계적인 조각가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하겠다. 일반적으로 그의 작품은 모성애 테마의 인체가 중심이 된 제1기(19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와 인체의 형태가 단순화하는 2기(60년대 중후반), 자연 이미지의 추상화가 나타나는 3기(70년대), 형상성을 완전히 초월한 4기(80년대)로 분류된다. 이번에 출품된 이 모성과 여성의 친밀감을 보여 주는 1기의 대표작이라면 인체 일부로 생명력의 원초적 환원을 꾀한 연작은 2기의 조형감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는 를 발표한 1971년을 전후해 추상으로 방향을 틀더니 80년대 들어서는 추상작업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리즈를 내놓음으로써 인간적 한계를 예술로 극복하려 했다. 특히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데서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비상의 꿈이 읽힌다.이 시리즈는 때로는 나선 형태로, 때로는 부채꼴 형태로 전개되면서 상승과 하강의 리듬을 타고자 했던 것. 그는 석조와 목조, 청동, 철, 테라코타 등의 재료와 각종 기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한국조각의 토양을 비옥하게 일궈냈다. 덕수궁미술관은 제3전시실과 4전시실을 할애해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감상하게 한다. 나아가 미공개된 부조와 회화, 공예작품도 함께 전시하며 작품 제작 전에만들어진 미니어처들도 내놓아 작품과 비교하게 할 예정이다. ☎ 779-531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