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30년물 국채(재무부 채권)를 더 이상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이로써 1977년부터 발행돼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비교적 높은 투자대상으로 각광받아 온 30년물 국채는 24년의 발행 역사를 마감했다.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유통물량이 줄어들 30년물 국채에 대한 매수 주문이 쏟아지면서 30년물 수익률은 전날에 비해 0.32%포인트 하락한 4.88%를 기록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5% 아래로 떨어졌다. 아시아 장기국채가격도 1일 일제히 올랐다. 일본 2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에 비해 0.035%포인트 떨어진 1.94%를 기록했다. ◇왜 중단했나=미 재무부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재정적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9월말 끝난 회계연도까지 4년 연속 재정흑자를 기록했고 지금은 일시적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수년내 경기가 회복돼 흑자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재정흑자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다른 국채에 비해 정부의 금리부담이 큰 30년물을 추가로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재무부의 논리다. 30년물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에 가장 오랜 시간 노출돼 금리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지난해부터 30년물을 되사들여 유통물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경기부양이 실제 목적=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금리의 인하를 유도,경기를 부양시키려는 것이 실질적인 이유라고 분석한다. 30년물 발행을 중단하면 30년물뿐 아니라 회사채와 모기지금리의 기준역할을 하는 10년물에도 매수세가 몰려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0.18%포인트 내린 4.23%를 기록했다. 10년물 수익률 하락으로 회사채와 모기지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카스트너는 "장기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경기에 강한 자극이 된다"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가 좋은 투자대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