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현실과 기대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다. 주가는 테러사태라는 외생적인 충격에 망연자실해하며 궤도를 한참 벗어났다. 당연히 낙폭이 지나쳤다는 분석이 따랐다. 주가가 꾸준히 반등하면서 당시 낙폭과대 논리가 옳았음이 입증됐다. 지수는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지나쳤다. 나스닥지수의 경우 지난 25일 1,775.47을 기록, 테러 직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테러 이후 장중 저점 1,387선에 비해서는 30% 가까이 치솟았다. 종합지수가 전날 7거래일 연속 상승행진을 접더니 31일에는 소폭 강세에 그쳤다. 시장 관계자들은 “테러 후 과매도 현상이 빚어졌다가 급반등하며 과매수 상태로 들어섰던 것”이라며 “지수가 이에 따라 조정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매수세는 내년에 경기가 회복한다는 ‘기대’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 기대는 더 악화된 수익과 경기지표라는 ‘현실’을 뒷전으로 밀어냈다. 이제 증시는, 강세론이 일제히 나서서 투자심리를 북돋우지 않는 한, 현실이라는 내생적인 충격에 더 민감해질 참이다. 기업실적은 물론 산업생산, 주택매매, 소비자신뢰 등 지표는 한결같이 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주가가 상당히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FRB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으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감세정책을 펴고 있는 데 비추어 볼 때 현 주가가 지나친 수준이 아니라는 반론을 펼 수도 있다. 이러한 정책이 갖가지 전달경로를 통해 증시 유동성, 혹은 유동성 증가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올 초부터 있었던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장세 기대에 힘입은 주가 상승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도 테러 이전부터 나와 그동안 증시에 반영될 시간이 충분했다. 주식투자는 궁극적으로 돈을 벌기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 등락이 과다한 반응이든 아니든 흐름을 잘 타기만 한다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과다 상승 직후인 현 시점은 그 흐름으로 볼 때도 매수에 임할 때는 아닌 듯 하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