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연구원 류성언 박사는 올해 국내 과학계 최고의 "스타"로 꼽힌다. 경쟁자격인 생명공학 분야의 다른 과학자들로부터도 "신기하다"는 말을 듣을 정도다. 이유는 이전까지 한 번도 국내 과학자의 연구성과를 싣지 않았던 세계 최고의 권위지인 셀(Cell)에 논문을 발표한데다 네이처 구조생물학지에도 데뷔했기 때문이다. 셀지는 전세계 과학잡지 중에서 인용빈도가 가장 높은 최고의 잡지다. 보통 과학자들은 한 번이라도 네이처에 논문을 내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셀지에 논문 게재가 확정됐을 때 너무나 기뻤습니다.대개 논문 심사위원들이 수차례 수정을 요구하는게 관행인데 이상하게도 "중요한 연구 결과"라며 아무 이의 없이 논문을 실어줬어요.복권에 당첨됐을 때의 기분도 이럴 거라고 생각했어요.아무나 붙잡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의미있는 일인지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죠" 그는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기능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인체의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영양소로부터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활성산소는 무작위적으로 세포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노화와 암,치매 등의 주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활성산소는 이런 유해한 효과 외에도 세포기능을 조절하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가설만 있어왔다. 류 박사는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묘하게 신(神)은 생명체를 완벽하게 만들지 않았어요.활성산소는 세포가 제기능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물질이지만 노화와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니까요" 류 박사는 이런 성과가 "행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까지 항상 능력 이상으로 온힘을 쏟아부었을 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주위에서 보면 별 노력없이도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저에게는 이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어요.연구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으니까요" 그는 과학자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똑똑하면 뛰어난 과학자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머리가 너무 좋으면 과학하는 것에 만족할 리가 없을테니까요.저도 사실 순발력이 떨어지는 게 불만입니다.평소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즉각 반박하지 못하고 한참 고민한 뒤에야 대응할 말이 생각나죠. 그러나 때는 이미 늦습니다" 중학교 때 막연하게 과학자에 대한 동경심을 가졌던 그는 대학교 진학시 공대나 의대를 가라는 부모의 권유를 뿌리치고 화학과를 택했다. 내성적 성격에 부모님 말씀대로 공부만 열심히 해왔는데 대학입학시 처음으로 자기 주관을 내세웠다고 한다. 류 박사는 요즘 활성산소가 단백질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추가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특정 단백질은 활성산소에 의해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벌이고 있다. 암세포에서는 활성산소의 농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암세포처럼 활성산소가 많은 곳에서만 기능이 변환되는 단백질을 개발하면 정상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성과가 좋으면 인류의 오랜 숙제인 노화와 암 등 각종 질병 극복에 획기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