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 씨그램스쿨 원장 >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대형 음주사고가 되풀이된다. 그 때마다 어김없이 '과연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건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한다. 술은 기호음료이기 때문에 적당히 마시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지만 도가 지나쳐 폭음으로 이어지면 개인의 건강은 물론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무서운 독소로 작용하게 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음주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는 마시는 형태별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사람들은 자기가 마실 술을 자신이 알아서 따라 마시는 자작(自酌)문화이고 중국, 러시아 사람들은 잔을 서로 들어 올려 건배를 하되 잔을 남에게 돌리지 않는 대작(對酌)문화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배 후 마신 잔을 돌려 마심으로써 일체감을 조성하는 독특한 수작(酬酌)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수작은 원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을 나눈다는 아름다운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옛날과 비고해 마시는 주종(酒種)이 달라진 오늘날에는 수작문화가 우리나라의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예전에는 탁.약주를 비롯한 저도수의 술을 마셨기 때문에 과음으로 인한 폐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요즘 우리가 주로 마시는 술은 알코올도수가 높은 소주, 위스키가 대부분이어서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마시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알코올 섭취량 가운데 70% 정도를 소주가 차지하고 있어 구조적인 개선이 시급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양주 또한 사회를 선도해야 할 일부 지도층에서 폭탄주와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음용하는게 일반화된 추세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건배할 때 술을 단숨에 들이키는 'One Shot' 문화를 주량에 맞게 마시는 'Want Shot' 문화로 바꿀 것을 우선 제안한다. 상사일지라도 부하직원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지 않는 것, 술은 1차에서 끝내고 음주운전은 어떤 경우에라도 하지 않는 것 등은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특히 군사문화의 잠재인 폭탄주 돌리기는 하루 속히 사라져야 한다. 주류 메이커들은 과음의 폐해를 정확하게 알려 사회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미국의 주류 업체들이 60년대부터 시작한 '적절한 음주' 캠페인이라든지 씨그램코리아가 씨그램스쿨이라는 음주 교육기관을 만든 것 등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정부도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음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청소년들이 술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엄격히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주변에 유해 업소가 즐비한 것은 물론 알코올농도가 22도나 되는 소주가 어린아이들 과자값보다 싸게 주변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또한 술은 처음 배울 때가 중요하므로 고등학교에서 성교육과 함께 음주교육도 실시해 술의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술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예찬했다. 이 말처럼 술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업계, 정부, 시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